‘올해의 아티스트’ 등 3개부문 수상 ‘My Universe’로 분위기 달구고, ‘Butter’로 시상식 피날레 장식 내년 1월 그래미상 후보 발표 임박… ‘올해의 레코드’ 등 지명 유력
방탄소년단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피날레 무대에서 ‘Butter’를 열창하고 있다. 왓챠 제공
4년간의 숨 가쁜 등정이었다. 경사는 가팔랐지만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다.
방탄소년단의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은 미국 본격 진출 불과 4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이들의 팝 본토 상륙은 2017년 시작됐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아시아 가수 최초로 출연해 ‘DNA’로 축하 무대를 꾸미며 미국의 안방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팬덤인 아미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아시아 가수인 방탄소년단의 입장에서 당시로서는 미국 주류 팝계를 과연 어디까지 파고들지가 미지수였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현지 매니지먼트를 총괄한 이샤이 개짓 인터트와인 뮤직 대표이사는 9월 본보와 한 인터뷰에서 “업계 관계자들에게 방탄소년단의 소셜 신드롬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해주기 위해 초청할 수 있는 모든 기자와 관계자를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초대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만드는 파죽지세의 또 다른 상향 변곡점으로 보인다.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10주간 정상을 지키며 올해 최장 기간 1위를 차지한 ‘Butter’의 힘이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은 심지어 올해 시상식의 사실상 주빈이었다. 행사의 나침반이 줄곧 방탄소년단을 가리켰다. 두 번의 축하 무대와 세 번의 수상(페이버릿 듀오·그룹, 페이버릿 팝 송 포함)이 모두 전파를 타며 출연 분량이 진행자인 래퍼 카디 비 못잖게 많을 정도. 시상식 초반, 방탄소년단은 영국 대표 록 그룹 콜드플레이와 함께 나와 협업 곡 ‘My Universe’를 열창하며 식장 분위기를 예열했다. 콜드플레이는 이 곡으로 13년 만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고 6년 만에 이 시상식에 참여하게 됐다.
피날레도 방탄소년단의 몫이었다. 카디 비가 “이분들 또 나오나요. 돈이라도 쓴 건가요”라며 너스레를 떨 정도. 카디 비는 결국 ‘Butter’라 쓰인 노란 스크린을 배경으로 끝인사를 전하며 시상식 전체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했다.
후반부에 배치한 남성 아이돌 그룹 특별 공연도 의미심장했다. 보스턴 출신의 두 그룹, 뉴 에디션과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보스턴의 대결’이란 제목으로 장시간 합동 무대를 꾸몄다. 무대를 보며 객석에서 춤추는 방탄소년단을 카메라가 수시로 비췄다. ‘Butter’ 무대 때는 뉴 키즈 온 더 블록 멤버들이 흥겨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