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데뷔 20주년 피아니스트 김정원… 내달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공연 베토벤-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선봬… 임동혁과 슈베르트 환상곡 연주도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시간은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오기도 하는 항해 같은 것”이라고 콘서트 제목 ‘타임리스―시간의 배’를 설명했다.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게 바통을 넘겨주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너무 빨리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요. 종종 욕심과 열정을 혼동했습니다. 꼭 쥔 손을 조금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6세. 늘 ‘교회 오빠’ 같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한국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음 달 10일 연다. 15세 때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2001년 LG아트센터에서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과 쇼팽 스케르초 3곡으로 국내 데뷔 연주를 열었다.
“젊어서는 화려한 음악에 빠졌죠. 나이 들수록 기교로 음악을 덮어버리는 곡보다는 담백한 작품에 더 공감이 갑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베토벤 교향곡 10번’으로 불리듯,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도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곡을 계승하죠. 프로그램에도 ‘미래의 나에게 넘겨주는’ 느낌을 담았습니다.”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지낸 아드리엘 김이 올해 창단한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이 두 협주곡을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아드리엘 김은 빈 국립음대 재학 당시 후배. 김정원은 “새로운 출발을 새 악단과 함께해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은 콘서트 첫 곡으로 오스트리아 작곡가 바이어가 1895년 작곡한 발레곡 ‘코레아의 신부’ 중 두 곡을 선보인다.
김정원은 해외 연주를 더 자유롭게 이어가고자 2017년 경희대 교수직을 내려놓은 뒤 서울 예술의전당과 아트센터 인천 등에서 공연 기획과 해설에 참여해왔다. 클래식 스트리밍 서비스인 ‘네이버 V 살롱콘서트’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그는 “큐레이터처럼 ‘이 사람 정말 좋은 연주자야’라고 소개하는 일이 좋다”고 했다.
이번에 함께 연주하는 임동혁과는 10년 전 처음 만난 날부터 마음이 꼭 맞아 와인을 네 병이나 따고 ‘집에 기어 들어갔다’며 그는 웃었다. 이번 연주곡인 슈베르트의 환상곡도 두 사람이 자주 ‘취중 연주’하는 곡이다.
“저와 음악은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어떤 관계든지 늘 사랑만 하고 살 수 없죠. 질리기도 하고 미워지기도 하지만 그게 더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저와 음악도 그렇게 깊어지기를 기대합니다.”
5만∼11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