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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韓美, 종전선언문에 ‘유엔사 해체않고 정전체제 유지’ 담기로 가닥

입력 | 2021-11-23 03:00:00

한미 종전선언 문안 막바지 조율
“현 정전체제에 영향 안 끼쳐” 넣어 유엔사 해체 요구 등 北 악용 차단
비핵화 문제는 직접 언급 안할 듯… 선언 주체는 中 포함 4자로 추진
北, 한미 합의안 수용 여부 불투명… 美 ‘비핵화와 상응해야’ 입장도 변수



동아일보DB


한국과 미국 정부가 종전선언 문안에 “종전선언이 현 정전협정 체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전 체제가 주한미군 주둔 및 유엔군사령부 지위 등 한미동맹 핵심 현안과 직결되는 만큼 종전선언이 정전 체제 자체를 흔들지 않는다고 명시하겠다는 것. 한미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등의 문구도 문안에 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문안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 현 정전 체제 흔들지 않아”

22일 복수의 정부 핵심 당국자들은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에 큰 이견은 없다. 문안 조율은 90% 정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에는 군사적 긴장 해소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전을 선언한다’는 내용이 적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비핵화와 군축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발판으로서 종전에 나선다는 목적을 서두에 언급한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의 주체는 사실상 남북과 미국 중국 등 4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문안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정에서 남북미중의 성실한 의무 이행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중국도 종전선언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는 의미다.

종전선언이 정전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문안에 넣는 건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 자칫 한반도 안보 불안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미국의 우려를 한미가 공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종전선언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북한이 종전선언을 악용할 가능성 역시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6·25전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군사 제재를 결의했고, 이에 근거해 유엔군사령부가 설치됐기에 “6·25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면 북한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것. 유엔사는 군사정전위 가동 등 정전협정 관리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국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해온 주한미군 지위까지 북한이 문제 삼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종전선언에 정전 체제 유지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다만 종전선언에 정전 체제 유지 등 문안을 넣어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강조할 경우 북한이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월 담화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을 고려할 때 북한이 정전협정 체제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성격의 종전선언을 쉽게 수용하진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이르면 올해 말 北에 종전선언 제안 관측

정부 관계자는 “종전선언에 북한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종전선언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연계하지 말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는 유인책으로 쓰자고 미국에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한미가 조율한 종전선언 문안을 북한에 제안할 필요성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파악이 우선인 만큼 한미의 종전선언 제안에 앞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우선 나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 또는 조치와 상응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종전선언 문안 자체가 복잡하진 않다”면서도 “문구마다 해석과 판단의 여지가 많은 만큼 실제 제안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