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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탈출, 반년 만에 되풀이…“방치된 농장, 예견된 사고”

입력 | 2021-11-23 08:48:00

반달가슴곰 5마리가 탈출한 용인 사육농장 모습.(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News1


‘금일 처인구 이동읍 천리에서 곰 3마리 탈출발생, 현재 포획중으로 안전에 유의바라며 곰을 목격하신 분은 즉시 신고바랍니다.’

22일 오전 경기 용인시청에서 이같은 내용의 긴급안전문자를 발송하면서, 온라인은 또다시 떠들썩해졌다. ‘용인’, ‘곰’ 그리고 ‘탈출’이란 단어가 들어간 내용의 문자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발송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탈출도 지난 7월과 같은 농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농장주 김씨는 불법 도축사실을 숨기려고 곰 1마리가 탈출했는데 2마리가 탈출했다고 허위 신고했다가 현재 공무집행방해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동물 관련 단체들은 이같은 일이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고 본다.

일찍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가나다순)는 용인 사육곰 농장주의 엄중 처벌을 위한 연대 탄원 서명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육곰들에 대한 관리를 우려해 왔다. 사육곰은 웅담 등 곰의 신체 부위를 먹기 위해 사육되고 있는 곰을 뜻한다.

김씨가 경기 용인과 여주에 사육곰 농장을 운영 중인데, 이 두 곳에만 100여마리의 곰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가 구속된 후 농장에 남겨진 곰들은 먹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유해야생동물피해방지단과 주민 등에게 먹이를 배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들은 “농장주 구속 직후 먹이 급여를 위해 방문한 여주 농가에는 79마리의 사육곰들이 있었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있는 곰들 역시 다수 확인됐다”며 “먹이 급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굶주림 때문에 예민해진 곰들이 흥분해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곰이 바닥을 디딜 때마다 철망이 출렁거릴 정도로 사육 시설이 낡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고도 봤다. 결국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금 사육곰과 사람 모두의 안전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농장의 곰들을 일상적인 안전관리와 최소한의 돌봄이라도 가능한 곳으로 옮겨 보호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우려했던 상황,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가 결국 벌어진 것”이라면서 “더 이상 사람의 잘못을 동물의 목숨으로 책임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올 연말까지 곰 사육 종식 이행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주도의 곰 생추어리는 오는 2024년 전남 구례에 들어선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