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좀 축적 질환 부족한 효소 따라 증상 제각각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효과 커
홍은심 기자
리소좀 축적 질환은 5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소좀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분해하는 다양한 종류의 효소가 들어 있는 세포 내 작은 기관이다. 유전자 변이로 특정 효소가 결핍되면 리소좀에 이상이 생기고 체내에 불순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부족한 효소의 종류에 따라 50여 종의 대사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고셔병 등이 대표적이다. 치료제가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다른 희귀질환과는 달리 일부 리소좀 축적 질환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하면 장기간 질환 조절이 가능하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질환 특유의 독특한 얼굴 형태를 보이는데 눈썹 뼈와 이마가 튀어나오고 또래보다 머리둘레가 크다. 콧대가 낮고 넓으며 커다란 콧구멍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유전성 질환인 다운증후군 환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징적인 얼굴 모양을 가지고 태어나 진단이 빠르게 이뤄지지만 뮤코다당증의 경우 출생 당시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만 2∼4세부터 관절이 굳어지면서 구부러지는 관절구축, 탈장, 중이염 등의 증상을 자주 겪는다. 특히 성장 지연이 나타나면서 환자의 70%가 저신장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사춘기 시기에는 정상 또래 아이보다 평균 25cm까지 키 차이가 나기도 한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신체적 특징 외에도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 등 발달 지연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파브리병은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손발의 통증이 증상의 90%를 차지한다. 고열이나 사지 통증이 나타나며 손과 발에 타는 듯한 갑작스러운 통증이 반복된다. 배꼽 주위나 엉덩이 주변에 검붉은 발진처럼 보이는 혈관 각화종이 생기고 시력과 상관없이 각막 혼탁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첫 증상들이 발현되는 평균 연령은 남성 환자의 경우 약 6∼8세다. 여성 환자는 약 9세로 확인됐다. 파브리병은 태아 때부터 계속 진행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조기에 진단받지 않으면 신장, 심장 및 뇌 등의 장기 손상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고셔병은 유형에 따라 임상적 증상과 환자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이 매우 다양하다. 주로 성장부전, 간과 비장의 비대로 복부팽만 증상을 보이며 뼈와 관련해 뼈 통증, 골절 등이 생기거나 혈액학적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신경병증성 증상으로 사시 등 안구운동 이상, 근육 마비, 발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공통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의 성격을 가진다. 적시에 진단되지 않아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사망 등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미리 유전질환을 검사할 수도 있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신생아 선별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신생아 선별검사란 조기에 진단할수록 더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질환에 대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정상 신생아를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미리 수행하는 진단 검사를 말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