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원광대병원 관절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명수 원광대병원 관절 류마티스내과 교수
비교적 젊은 남성에게 발생하는 강직성 척추염은 천장 관절(엉덩이 부위)에서부터 시작해 척추를 따라 염증이 진행해 결국에는 강직이 되는 질환이다. 오랜 기간이 지나 경추까지 침범하는 경우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전에는 진단이 돼도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는 인식이 있어 통증치료에 만족해야 하는 면이 있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돼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환자로 등록되면 의료보험에서도 산정특례 혜택을 받아 다행히 치료에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강직이 진행된 상태에서 환자를 만나게 될 때 아쉬움이 크다.
수년 전부터 대한류마티스학회와 환우회가 다양한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조기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결과 눈에 띄게 조기진단이 이뤄져 척추 강직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는 치료가 적극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젊은 남성에게 자주 발병하는 골반과 척추를 침범하는 염증성 면역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은 디스크 등의 흔한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발병한 질환을 잘 이해하지 못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군에 입대하거나 군 생활 동안 증상이 발현돼도 진단이 어려워 전역 후에 정확한 진단을 받은 경우도 흔하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허리 통증과 더불어 아킬레스 통증, 고관절통증, 흉통, 포도막염, 장염 등이 동반될 수 있어 단순 척추질환보다는 전신 면역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포도막염은 척추 외의 증상으로는 비교적 흔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시력의 저하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이런 경우 안과 전문의와 협진이 필요하다. 역으로 포도막염이 발생해 강직성 척추염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또 환자들에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불면, 우울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흔하지 않지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문제를 경험한 환자들도 있어 동반된 내과적인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매년 11월 첫째 주 금요일은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제정한 ‘강직성 척추염의 날’이다. 환우들과 전문의들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격려하는 날이기도 하고 학술 세미나를 통해 치료의 최신 의료정보 등을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올해의 이슈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들에게 진단 시 단 1회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척추 자기공명영상(MRI)의 보험 확대였다. MRI 검사는 천장관절의 염증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매우 중요하며 질병 초기에 진단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한 차례 MRI를 촬영한 뒤에는 척추염의 진행 및 염증 정도, 치료에 반응 정도, 척추 합병증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RI 촬영을 해도 보험 적용이 안 된다.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직성 척추염 진단과 치료에 급여 확대가 이뤄지고, 이를 기반으로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통증에서 벗어나고 일상을 회복해 일반인들과 다름없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명수 원광대병원 관절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