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자연과 생태가 살아 있는 청정한 여행지입니다. 현재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완료율은 90%입니다. 내년 상반기 관광 재개를 위해 현재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테레사 디존-데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필리핀대사관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국제관광이 하루 빨리 재개되길 기원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주 뉴욕총영사, 주 독일대사를 역임하는 그는 올해 10월 한국에 부임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기생충’을 좋아하는 K팝과 한류드라마, 영화 팬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필리핀에서는 K팝 스타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한류드라마 촬영지 등을 가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며 “비빔밥, 김밥 등 한식과 한복을 입고 즐기는 궁궐 투어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데 관광이 재개되면 필리핀에서도 한국 여행에 대한 인기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전세계에서 점차적으로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 필리핀으로의 여행은 언제쯤 가능할지. “필리핀의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은 30% 정도다. 그러나 보홀과 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등 국제공항이 있는 유명 관광지의 관광 업계 종사자들의 접종율은 90%가 넘는다. 일일 확진자수도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하는 등 다시 여행 업계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해외 관광객들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로서는 예방접종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적인 예방 접종 운동과 건강 및 안전 지침의 지속적인 준수로 여행자의 신뢰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리핀 관광부는 지난 5일부터 12월5일까지 교원KRT, 노랑풍선, 보물섬투어, 인터파크투어, 웹투어, 참좋은여행, 한진관광 (가나다 순) 등 7개의 패키지투어 여행사들과 함께 ‘필리핀 온라인 사전 예약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는 고객들에게는 여행 상품 예약과 관련된 유효기간을 항공이 재개된 시점으로부터 1년으로 제공하고, 취소나 예약 변경에 대한 수수료가 없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필요시 여행에 필요한 비자 발급 및 PCR 테스트 비용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는 등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필리핀 지역 중 여행하기 좋은 곳이 있다면? “지난 10월 새롭게 국제공항을 오픈한 ‘비콜’ 지역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과의 대면이 조심스러운 코로나 시대에 알맞게 공항에서 기계로 체크인과 짐을 부칠 수 있다. 루손 지역 남쪽에 있는 비콜은 경이로운 자연 풍경과 맛있는 요리로 현지인들과 유럽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원뿔’로 불리는 활화산 ‘마욘산’이 대표 명소이다. 용암과 화산재의 흔적이 남아 있는 트레일을 산책하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최고의 전망을 구경하고, ATV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미시비스 베이의 태양과 바다, 모래를 즐길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백사장 해변과 무수한 폭포의 차가운 물, 그리고 아름다운 숨겨진 동굴을 탐험할 수도 있다.
고래상어, 만타를 보면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스노클링, 서핑 등 해상 액티비티도 인기다. 또 필리핀 지역에서 드물게 매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칠리 아이스크림 등 이곳에서 재배되는 칠리 고추를 베이스로 한 음식이 많아 매운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안성맞춤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 필리핀에서 가장 청정한 여행지를 꼽는다면? “필리핀은 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로서 깨끗하고 안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휴양지이다. 특히 청정한 추천 여행지를 꼽으라면 보홀과 팔라완을 소개하고 싶다. 70여여 개 작은 섬으로 구성된 보홀의 대표적인 여행지로는 ‘초콜릿 힐’이 있다. 키세스 초콜릿 모양 언덕 1200여개가 모여있는 이곳은 12월~5월 건기 시즌에 방문하면 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해 초콜릿을 닮은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밖에도 안경원숭이 보호구역,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팡라오섬,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로복강 등이 유명하다.
루손 섬 북쪽인 바나우에 있는 계단식 논(Banaue Rice Terrace in Cordilleras)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명소다. 2000년 전에 이푸가오족이 코르딜레라스 산맥의 해발 700~1500m 사이 고지대의 산등성이에 만든 이 논은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생활문화경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새벽에 방문하면 안개와 구름이 어우러져 영적인 분위기를 낸다.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가파른 산을 깎아 바닥을 다지고 논을 만든 뒤에 돌이나 진흙으로 물을 가두기 위한 논두렁을 만들었다. 이 논두렁을 모두 이으면 그 길이가 지구 둘레의 절반에 해당하는 2만km가 넘어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마지막으로 골프 여행지로 알려진 클라크와 다이빙 명소로 꼽히는 수빅이 있는 팜팡가(Pampanga) 지역을 소개하고 싶다. 이곳이 내 고향이라 개인적으로 더욱 애착이 있다. 팜팡가 지역은 ‘필리핀의 미식(美食) 수도’라고 불릴 만큼 다채로운 식문화를 자랑한다. 한때 필리핀을 지배했던 스페인처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조화롭고 진한 맛을 내기 위해 다소 복잡한 조리법을 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부터 근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고 팜팡가 강이 범랑하면서 이 지역 토양은 수분이 많고 기름지기로 유명했다. 기름진 토양에서 재배된 작물은 품질이 좋아 훌륭한 식자재가 풍부하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팔라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하강(underground river)이 있는데, 환경 파괴를 우려해 동굴에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물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었다. 총 8.5km 중 1.5km만 관광을 제안하고 하루에 120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또한 관광 및 환경 관련 부서가 힘을 합쳐 청정한 보라카이 해변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현재 해변은 2년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영향도 크겠지만, 다시 관광이 재개된 후에도 계속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한국의 여행지는 어디인가 “경북 영주의 국립산림치유원에 다녀왔는데, 숲이 아름다워 인상깊었다. 필리핀도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지속가능한 여행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터라 자연여행지에 관심이 많다. 차를 좋아해 부임 기간 동안 제주, 보성 등의 녹차밭도 꼭 가보고 싶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