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에서 열리는 ‘아르트 라 로사’ 주관 경매에 나오는 헤밍웨이의 당구채. 사진=‘아르트 라 로사’ 홈페이지
문학의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사용했던 당구채가 사후 60년 만에 경매로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는 헤밍웨이의 애장품이었던 당구채가 다음 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에서 열리는 ‘아르트 라 로사’ 주관 경매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매 시작가는 3만5000유로(약 4700만 원)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 당구채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어느 날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던 중 현지 약사인 아르날도 잠페레티를 만난다. 잠페레티는 2차 대전 참전용사로 엘 알라메인 전투 등에서 활약했다. 1차 세계대전에 적십자 요원으로 참가했던 헤밍웨이는 잠페레티와 밤새 전쟁 이야기를 했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헤밍웨이와 잠페레티의 화두는 전쟁에서 미인대회로 옮겨갔다. 두 사람은 잠페레티의 누이가 미인대회 ‘미스 이탈리아’에 출전하는 것과 관련, 그의 우승 여부를 두고 즉석 내기를 했다.
헤밍웨이는 잠페레티의 누이가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잠페레티는 다른 모델 출신 참가자가 우승할 것으로 추측했다. 내기에서 지는 사람이 술값을 내기로 했는데, 헤밍웨이는 여기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접이식 당구채까지 내걸었다.
다음 날 열린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다른 모델 출신 참가자가 우승했다. 헤밍웨이는 결국 당구채를 잠페레티에게 넘겨주면서 “내 젊은 친구 아르날도에게, 그의 아름다운 누이 오르넬라에게 경의를 표하며”라는 쪽지를 적어 보냈다.
기자 출신 소설가 헤밍웨이는 1차 대전에 참가했다가 다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1929)를 썼다. 이후 ‘노인과 바다’(1952)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말년에는 비행기 추락으로 인해 부상에 시달리다가 1961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