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생산을 놓고 고심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차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바이아메리카’ 정책에 맞춰 74억 달러(8조1417억원)를 투자, 전기차 현지생산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하원이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추가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며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경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년부터는 아니고, 계획 중이어서 그 시기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0.8%를 보이며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점유율 10% 이상을 유지해왔으며,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 확대’, ‘바이 아메리카’ 등 미국의 정책기조에 맞춰 현지 생산을 추진했다. 업계 역시 현대차그룹이 내년 앨라배마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생산, 미국 전기차 생산의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하원이 최근 노조가 있는 현지 완성차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추가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추진하며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기차에 대한 대당 7500달러의 기존 혜택에 더해 노조가 결성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4500달러,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경우 500달러의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인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기아공장은 모두 무노조로 운영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노조가 결성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무뇨즈 본부장은 “지급되는 보조금의 차이가 작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4500달러는 너무 크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보다 신중해져야 하며, (정책 방향을) 지켜보며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방한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0일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무역정책을 펼 때 앞으로 일자리와 노동자 이해를 많이 신경 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현지공장 노조 설립을 포함한 노동자 권리 강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이 대표는 지난 19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