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8월 9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3번째 재판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않고, 장례식 또한 국가장(葬) 대신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국립묘지법 제5조 4항에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 제1항 제2호 등에 해당되는 죄(내란·내란목적살인 등)로 실형을 받은 경우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내란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대법원에서 최종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은 뒤 특별사면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국가장의 가능성도 낮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별세한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일각의 반대에도 국가장으로 결정했다.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북방정책의 공헌과 추징금 납부 및 사죄 노력 등을 감안한 것. 청와대 관계자도 “유가족이 가족장을 치르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국가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 역시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가족장으로 치를 것이고 (유해는) 화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2017년 펴낸) 회고록에 사실상의 유서를 남겼다고 했다. 이어 “그 대목은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전 전 대통령은)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그냥 뿌리라’라는 말씀을 했다”며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