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9월 이후 꽉 막혔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하나·NH농협은행이 중단했던 신용·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데 이어 KB국민은행도 전세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최근 수개월간 강도 높은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결과 대출 총량 관리에 다소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출 절벽에 내몰렸던 금융소비자들도 한숨 돌리게 됐지만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출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와 SGI서울보증이 담보하는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 상환’과 ‘혼합 상환(부분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대출자가 매달 원금의 일부라도 갚도록 해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이자만 내다가 만기 때 원금을 갚는 일시 상환을 부활시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되면서 여유 재원이 생겼다”며 “이를 실수요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조였던 대출 규정들을 원래대로 되돌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역시 이날 오후 6시부터 한 달 만에 비대면 대출을 재개한 데 이어 24일부터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다시 시작한다. 다음 달 1일부터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도 다시 취급한다. 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다시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은 강도 높은 규제로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됐기 때문이다. 9월 말 7.29%(작년 말 대비)까지 치솟았던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9일 현재 6.89%까지 떨어졌다. 국민(5.28%), 하나(5.14%) 등도 일제히 증가율이 하락했다.
다만 한은이 25일 기준금리를 현재 0.75%에서 1.0%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실질적인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