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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명 노동이사제, 공기업 철밥통만 강화해줄 것

입력 | 2021-11-24 00:00: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1.11.22/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그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결단만 하면 되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반대하면 여당 단독으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1주일 전에도 이 후보는 “공공 분야로, 준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나중에는 민간 영역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 주문에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에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공기업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 의결권을 갖고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으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지만 정부 안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중앙 공공기관에선 시행된 적이 없고 서울시, 경기도 등의 지방 공공기관에만 도입됐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하지만 경영계는 복리후생 요구는 늘고 경영 효율성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민간 기업으로 확산할 경우 노사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기업 혁신이 어려워지고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노동계와 여당이 이 제도의 모델로 삼는 독일은 한국과 달리 합리적 노사관계가 정착됐고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감독이사회’와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경영이사회’가 분리돼 있다. 이렇게 논란이 많은데도 이 후보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들은 신재생에너지 강화 등 정부 정책의 부담을 대신 짊어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대형 공공기관의 절반은 번 돈으로 빚의 이자도 못 갚는다. 경우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공기업 부채가 나랏빚의 60%에 육박한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하청업체 직원을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유증으로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인 곳도 적지 않다.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공공기관들의 구조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 도입을 여당 대선후보가 밀어붙이는 건 무책임하다. 선거에서 노동계의 지원을 받기 위해 공기업 노조의 철밥통만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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