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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장동 연루 전관들 봐주기 수사 절대 안돼… 반드시 처벌돼야”

입력 | 2021-11-24 03:00:00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19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만난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법조계는 정의를 논하고 판단하는 집단이다. 사회적으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장택동 논설위원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 고위직 전관(前官) 변호사가 여럿 연루됐다. 이들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한 달에 최고 1500만 원을 받았고, 로비 의혹에도 이름이 거론된다. ‘법조 게이트’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고발 사주’ 의혹도 전·현직 검사들이 중심에 서 있다.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9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만난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58)은 이에 대해 “많은 법조 후배들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과 울분을 토로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법조인의 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거듭 주문했다.》



“명망가 지위로 이익 챙겨”

―‘대장동 게이트’에 전직 대법관, 전직 특검 등이 연루된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어떻게 보나.

“상당히 부적절하다. 일반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과도한 이익을 민간 사업자가 챙긴 것도 비상식적이고, 이 사업 주체가 대가 없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법조 유명 인사들에게 제공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납득하기 힘들다. 일반 국민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서 그에 따르는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 봐주기 수사라든가 미진한 수사가 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화천대유에는 권 전 대법관, 박 전 특검 외에도 김수남 전 검찰총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도 고문으로 일했다. 고문단이 최대 3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를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 법원은 이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동결 조치하면서 화천대유의 법적 분쟁을 해결해주는 대가라고 판단했다.

―전관들의 이런 행태에 대한 법조계의 여론은 어떤가.

“많은 법조 후배들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만과 울분을 토로한다. 하루하루 사무실을 유지하기도 힘든 그런 변호사들이 많다. 그런데 법조계에서의 명망가적 지위를 부적절하고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데 사용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선거법 재판을 전후해 8차례 권순일 전 대법관을 찾아갔고,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 ‘재판 거래’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특정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해 구속 수사를 해야 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해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대한변협 입장에서는 아직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보고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의문점이 남지 않도록 수사가 돼야 한다.”

―박영수 전 특검은 본인이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고 딸은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이 사건에서 유독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젊은 변호사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일부 전관 변호사들 때문에 우리가 욕을 먹고 매도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국민 의혹 해소 위해 특검 필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은 여러 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중심에 있다.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법률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수사해서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처벌받고 처리해야 된다. 물론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심증은 가는데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증거에 따라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이 이루어져야 된다.”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파장이 얼마나 크겠나.

“사실이라면 굉장히 큰 문제라고 봐야 된다. 검찰이 선거에 개입한 게 되는데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검찰의 ‘대장동 게이트’ 수사, 공수처의 ‘고발 사주’ 수사에는 문제가 없나.

“미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만 말씀드리겠다.”

―대장동 게이트, 고발 사주 의혹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민 여론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정치권에서 결단해야 할 일이지만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특검이라는 제도를 만들었겠나. 국민들의 의혹은 어떻게 해소를 해서 정리하고 넘어갈 것인가.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면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것이다. 특검이 도입된다면 중립적으로 독립해서 철저히 수사할 그런 적임자를 찾아서 추천하겠다.”


“법조계가 사회적 균형추 역할 해야”


이 회장은 2월 취임사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변호사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실제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검찰 인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법조계 현안에 대해 소신을 뚜렷하게 밝혀왔다.

―법조계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계속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뭔가.


“법조계는 사회적으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소신이다. 법조계는 종국에 정의를 논하고 판단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법조계가 중심을 잃고 정권의 도구화가 된다면 정의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어두운 세상이 될 것이다. 검찰권의 경우 역사적으로 정권의 도구화가 계속 문제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수사 권력은 상호 견제나 균형이 필요하다.”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나.

“법관들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법 권력을 시민들에게 일정 부분 나눠줄 수 있는 체제를 연구해야 된다. 그래서 저희가 디스커버리 제도(소송 당사자 간에 증거를 공개하고 교환하는 제도)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은 법리보다 사실 인정에서 판가름이 나는데 이걸 왜 법관이 혼자 판단해야 되나. 각종 데이터들이 다 서버에,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고 폐쇄회로(CC)TV가 산재해 있는 시대다.”

변호사업계의 현안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자 차분하던 이 회장의 목소리의 톤이 다소 높아졌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개업 변호사들은 사무실 유지에 허덕이는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로톡을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이 문제에 강경 대응하는 이유가 뭔가.

“로톡 같은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철저하게 돈에 의해서 움직인다.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자본이 법률 시장을 장악하게 되고, 법률 시장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로톡에 위험한 해외 자본이 투자했는지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법무부도 이 점에 대해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아 매우 우려스럽다.”

대한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법무부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합법적인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로톡이 필요하다는 시민들도 많다. 대한변협에서는 로톡을 대체할 ‘변호사 정보센터’라는 서비스를 내년 출시할 계획이지만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로스쿨 도입 이후 젊은 변호사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변호사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전관, 기득권 이런 문제는 젊은 변호사들에겐 아주 거리가 먼 얘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호사 전체를 특권층으로 보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 회장은 “대한변협 홍보지였던 대한변협신문을 법률 및 법조 관련 일반 매체로 전환하기 위해 대폭 개편하고,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경기 시흥 출생(58)
△인천 광성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사법시험 28회(사법연수원 18기)
△인천지검, 대구지검 영덕지청, 창원지검 검사
△인천지방변호사회장
△법무법인 에이펙스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장(2021년 2월∼)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