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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김종인에 “그 양반”→“우리 金박사님”… 결별-봉합 기로

입력 | 2021-11-24 03:00:00

尹-金, 선대위 구성 놓고 충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앞)가 23일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주자들과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오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여부를 놓고 윤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구상한 ‘통합형’ 선거대책위원회가 다음 달 6일 출범도 하기 전에 ‘김종인발(發) 난기류’에 휘말렸다. 윤 후보가 선대위를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2일 김 전 위원장이 당내 인선 절차 보류를 요구한 데 이어 23일엔 두 사람 모두 상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정면충돌했다.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해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자 양측 참모들이 각각 두 사람을 찾아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尹, 金 향해 “그 양반”→“김 박사님”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대한 질문에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 달라”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윤 후보는 이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우리 김 박사님께서 며칠 생각하신다 하니까 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호칭을 “그 양반”에서 “우리 김 박사”로 높인 것. 그럼에도 김 전 위원장을 먼저 찾아가겠느냐는 물음에는 “생각을 해보시겠다고 했으니까, (제가) 기다리고 있는 게 맞는 것 아니겠나”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윤 후보는 20일 윤석열-김병준-김종인 3자 간 회동까지 한 뒤 21일 인선을 공개했는데도 김 전 위원장이 비토 입장을 내자 불쾌감이 역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광화문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으니 선거에 대해 나에게 구차하게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이야기가 있으면 벌써 했지, 일이라는 게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는 것” “내가 여태까지 여러 사람을 도와줬지만 내가 한 번도 원해서 간 적이 없다”고도 했다. 윤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도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나겠느냐는 질문엔 “만나는 거야, 뭐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잖아”라고 여지를 열어뒀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당시 번번이 사퇴 카드를 꺼내 들던 ‘벼랑 끝 전술’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 尹-金 대치 속 장제원 “선대위 합류 포기”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명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윤 후보 비서실장 카드 등 선대위 구성을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카드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보직에 대해 (두 사람 간) 이견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김종인 전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으니 선대위 위원장들에 대한 임명을 보류하고 하루 이틀 시간을 갖자’고 했다”며 “이는 ‘명단 처리(추인)를 하지 않고’ 시간을 갖자는 의미였는데, 윤 후보는 명단을 부분적으로 처리해(발표해) 김 전 위원장은 본인 의사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미 김 전 위원장을 포함해 김병준 김한길 위원장의 3각 체제 구상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후보에게 있다”고 했다. “상왕을 모실 수는 없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던 장 의원은 이날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선대위 합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의 무대에서 윤석열 외에 어떤 인물도 한낱 조연일 뿐” “방해가 되어서도, 주목을 받으려 해서도, 거래를 해서도 결코 안 될 거다.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톱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라”며 김 전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장 의원은 과거 김 전 위원장을 ‘독불장군’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거칠게 비판한 인물인 만큼 그의 선대위 합류 포기를 두고 “양측이 막판 절충점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은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