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소행성에 우주선을 시속 2만4140km로 충돌시키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NASA는 이중소행성경로변경실험(DART)라고 명명한 우주선을 23일 오후 10시20분(한국시간 24일 오후 3시20분)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기지에서 발사한다. DART는 스페이스X 팔콘 9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이번 실험이 성공할 경우 NASA 등의 우주기관이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함으로써 발생하는 대재앙을 방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날씨가 나빠 발사가 연기될 경우 24시간 뒤 발사된다.
빌 넬슨 NASA국장은 DART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아마겟돈’을 재연한 셈”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NASA는 지구 방위를 위한 실전 무기를 확보하게 된다. 소행성의 궤도가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면 세계 우주기관들이 DART와 같은 미사일로 궤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DART는 우주로 발사된 뒤 태양 주위를 거의 한바퀴 돈 뒤 축구장 크기인 디모포스(Dimorphos) 소행성의 궤도와 만난다. 디모포스는 그보다 큰 디디모스(Didymos) 소행성을 11시간55분마다 한바퀴씩 도는 위성이다. 두 위성은 태양 주위를 매 2년 마다 한바퀴씩 돈다.
운동충격체인 DART는 충돌 4시간 전에 디모포스를 향해 가속해 시속 시속 2만4140km로 충돌하게 된다. DART에 탑재된 카메라가 충돌 20초전까지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구에 전송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우주항공국의 소형 위성이 충돌 10일전 발사돼 디모포스에 약 55km까지 근접해 DART가 충돌하기 전후 상황을 6초 간격으로 전송하게 된다.
충돌 시점에 맞춰 지구의 천체망원경을 충돌 지점에 고정시키면 햇빛에 반사된 두 소행성이 작은 점으로 표시된다. DART가 충돌해 디디모스 위성 디모포스의 궤도가 바뀌면 천문학자들이 디모포스가 디디모스 앞을 지나면서 햇빛반사로 반짝이는 시간과 뒤를 지나 어두워지는 시간을 측정할 예정이다.
디모포스의 궤도 주기가 바뀌어 최소 73초 이상 늘어날 경우 DART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계자들은 이번 충돌 시험으로 디모포스의 궤도 주기가 10분에서 20분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NASA는 핵폭탄은 지구를 방어하는 개념상의 수단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항공우주기술자인 브렌트 바비는 앞으로 수십년 이내에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DART의 임무가 “아마도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지만 소행성이 조금이라도 크고 사전 경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운동충격체보다 핵무기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자들과 여러 우주기관의 관계자들은 핵폭발의 힘으로 소행성을 지구에서 멀리 떨어트리는 방식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2개월 이내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작은 소행성의 경우 지구에 큰 위험이 되지 않지만 핵폭발로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도 실시된 적이 있다.
바비는 “핵폭탄은 물리학적 문제 말고도 핵폭탄이 소행성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 등 다른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1960년대 성립된 각종 핵무기사용금지조약과 외계조약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탑재한 우주선으로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은 조약 위반이 된다. 그러나 이런 국제법적 제약은 유사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로 해소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