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재구성
동아DB
이달 15일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전형적인 층간소음 갈등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윗집 거주자(48)의 칼부림으로 아랫집 남편(60대)은 인대 절단, 부인은 목 주변에 찔려 의식불명 중태, 딸은 얼굴과 손에 심각한 자상을 입었다.
경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이날 오후 5시 경 아랫집 신고를 받고 C경위(남성)와 D순경(여경) 두 명이 출동했다. C경위는 신고자인 아랫집 남편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 여경은 윗집 거주자가 3층 아랫집에서 흉기를 휘두르자 놀라 1층으로 도망갔다. 딸의 비명을 들은 60대 아버지가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이후 딸이 피를 흘리면서 가해자의 손을 잡고 있는 동안 아버지가 손 인대가 끊어지는 격투 끝에 상대를 제압했다. 여경은 물론이고 남성 경위도 이 자리에 없었다. 빌라 밖에 있던 경찰들은 다른 주민이 공동현관문을 열어준 뒤 빌라 안에 들어가 이미 제압된 가해자를 검거했다.
이 사건을 보면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어딘가에 있는 아파트 빌라 등에서 수없이 벌어지고 있는 층간소음 갈등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이 사건의 갈등 진행 과정을 되짚어 본다. 단계별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어떻게 했으면 극단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알아본다. 도움말=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구속된 구속된 A씨(40대)가 24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 남동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4/뉴스1
▼층간소음 발생=올해 9월 A씨가 빌라 4층 윗집으로 이사 왔다. 밤에 자주 쿵쿵거리는 발망치 소음을 냈다. 술을 마신 날은 소음이 더 컸다. 이후 아랫집의 문제 제기와 항의 그리고 윗집의 무시로 층간소음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체로 아파트보다 빌라의 층간소음이 더 심한 편이다. B씨 가족은 참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A씨에게 이야기를 해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감정문제 비화=이런 상황이 몇 개월 지속되자 단순 피해 호소가 아니라 감정문제로 넘어갔다. A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 좀 줄여달라며 자신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B씨에게 화가 났다. 소리 줄여달라는 말을 들으면 더 고의적으로 발소리를 크게 냈다. B씨 가족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A씨는 말로는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결국 이사 가기로 했다. 새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아쉬운 부분=윗집이든 아랫집이든 감정이 격화돼 가고 자신들이 이미 접근하기 어려운 경지까지 갔다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민원센터 혹은 전문가에 자문을 받아 접근방법을 강구했다면 좋을 뻔 했다. 폭력 성향이 강한 사람들로 인해 층간소음 갈등으로 살인사건 까지 종종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했다.
▼칼부림 비극=사건이 일어난 당일도 층간소음 문제로 심하게 다퉜다. 범행 당일에도 낮 12시50분 경 아랫집의 경찰 신고로 윗집 거주자는 주의를 받았고 경찰에 신고한 아랫집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그리고 오후 5시경 칼을 들고 아랫집에 내려갔다. B씨는 큰 소리와 욕설을 내뿜는 A씨에게 살의를 느껴 다시 경찰을 불렀다. 집안에 있던 B씨의 부인은 목 부위를 찔려 중태에 빠졌다. 딸(20대)은 얼굴과 손에 심각한 자상을 입었다. B씨는 제압과정에서 손의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아쉬운 부분=환경부가 운영중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민원센터는 아파트 민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빌라, 원룸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라도 있지만 빌라 등은 이런 완충지대가 없는 편이다. 그러니 사건이 커지고 경찰을 부르게 된 것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공동주택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당일 경찰의 행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