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 News1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확정하면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더욱 강화했다. 이를 통해 향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투자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 대신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노리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게 공급망 관련 내부 자료를 요청하고, 미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미국 정부의 기조는 앞으로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되지 않을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바이든 정부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 내 생산라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렇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인텔도 총 2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대만의 TSMC는 향후 3년 동안 미국 등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라인 건설로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애플·퀄컴 등 미국의 대형 고객사들은 경쟁사인 TSMC의 파운드리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이번 생산 체계 구축으로 삼성전자는 고객사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기존의 수요를 대체해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