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건의 살인 혐의로 5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미국 흑인 남성이 43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그는 물리적 증거 없이 증언으로만 기소됐고, 백인으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미국 사회의 구조적 인종차별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평가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4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해온 62세 흑인 남성 케빈 스트릭랜드가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주리주 역사상 가장 긴 부당한 옥살이로, 미국 전체로도 4번째로 긴 억울한 수감 생활로 기록됐다.
그를 용의자로 특정할 증거는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더글러스의 증언으로 범인으로 몰렸다.
스트릭랜드는 사건 당시 집에 있었고 이는 수많은 친척에 의해 확인됐지만 더글라스의 증언을 뒤집지는 못했다.
더글라스는 선고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당시 술과 마약을 한 상태였고 경찰의 압박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스트릭랜드를 포함한 흑인 남성의 용의자들을 보여줬다며 경찰은 스트릭랜드를 선택하도록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스트릭랜드는 그 당시 마리화나 등 마약을 상습적으로 들이마셔 경찰의 추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조사를 이끈 것도 더글러스였다. 그는 자신의 잘못된 증언으로 스트릭랜드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돌이키며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개인을 돕는 비영리 단체 등에 연락해 스트릭랜드의 석방을 위해 30년간 노력했다.
선고 과정에서 유일한 흑인 배심원단이 그를 유죄로 인정하기를 거부하자 배심원단이 교체된 사실도 드러났다. 스트릭랜드는 백인으로만 구성된 배심원단과 함께 재심을 받았고 삼중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흑인 소유의 주간 신문 캔자스 시티 콜의 편집자인 웨슨은 “많은 흑인 사람들에 대한 빠른 결정은 어느 정도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스트릭랜드의 변호사 로버트 호프먼은 “결과적으로 스트릭랜드는 전원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삶의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시스템이 공정성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와 정부는 이번 무죄 판결을 지지했지만 미주리 주의 고위 공화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2022년 미 상원에 출마하는 미주리주 법무장관 에릭 슈미트는 스트릭랜드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법무차관인 앤드류 클라크는 스트릭랜드가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