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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돌아온 이재용 “냉혹한 시장 현실 보고 오니 마음 무겁다”

입력 | 2021-11-24 18:48: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지난 14일 출국한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입지 등을 매듭 지었다. 2021.11.24/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청사진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5년 만에 찾은 미국에서 이 부회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투자 확정이라는 큰 결정을 내렸지만 동시에 반도체 업계의 전운과 긴박하게 돌아가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산업 현장을 목도하고 온 무거운 심경을 내비치며 ‘위기론’을 강조했다.

24일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회색 정장 차림으로 귀국한 이 부회장은 김포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투자도 투자지만,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 성과에 대해 이 부회장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회포를 풀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은 출장이었다”고 밝혔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이 부회장에게 이번 출장은 반도체 뿐 아니라 바이오(모더나), 차세대 통신(버라이즌), AI와 미래 플랫폼(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현장을 목격하고 삼성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기회였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냉혹한 현실”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화두로 삼았던 ‘위기와 변화’의 연장선이다. 뉴 삼성을 이끌어가야 할 최고경영자로서 대규모 투자로 성과를 일군 지금이 위기감을 느끼고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짚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의 새로운 축이 될 미국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확정과 향후 한미 공조 방향성을 직접 챙겼다. 백악관 경제수장과 연방의회 핵심관계자들을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을 공유하고 양국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18, 19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회동하며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서의 반도체 시장에서 한미 협력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인사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주관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을 주도하는 인물들이다.

삼성전자는 2년여 간의 장고 끝에 제2 파운드리 공장 예정지를 확정 발표하면서 한국(경기 용인·화성, 평택)과 미국(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을 잇는 ‘시스템 반도체 벨트’를 기반으로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과 치열한 진검 승부를 시작하게 됐다. 2019년 4월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대만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2.9%로 1위, 삼성전자는 17.3%로 2위를 차지했다. TSMC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의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한국의 연구개발(R&D) 및 생산 부문의 부가가치도 함께 높아져 국내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후 각 사업장에 흩어져 있던 반도체 부문 연구원들을 경기 화성 R&D센터 부품연구동(DSR)에 모아 첨단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