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말하는 ‘불안 다스리는 법’ 누구나 느끼는 일반적 감정이지만, 심하면 공황장애 등으로 이어져 다양한 신체증상 동반해 불편 겪어… 불안 느끼는 특정 상황 찾아보고 잘못된 인식 바꾸려는 노력 도움
현대인의 정신질환 1위가 된 불안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가 불안장애의 증상과 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지난해부터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불안한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을 무조건 없앨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불안장애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불안장애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았던 1990년대부터 불안장애에 관심을 두고, 120여 편의 논문을 쓰는 등 연구해 왔다. 최근 ‘불안한 마음 괜찮은 걸까’라는 제목의 불안장애 관련 책을 내기도 했다. 오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대 사회에서 불안은 어떻게 찾아오나.
―대표적인 불안장애는 어떤 것이 있나.
“공황발작은 죽을 것 같거나 의식을 잃을 것 같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증상이 30분에서 1시간 동안 지속되는 ‘공황장애’가 대표적이다.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이나 대인관계 상황에서 불안이 반복되어 그런 상황을 피해야만 하는 ‘사회불안장애’, 항상 걱정과 긴장, 불안 그리고 두통, 불면 등의 신체 증상이 지속되는 ‘범불안장애’도 있다. 또 원하지 않는 반복 사고와 이를 없애기 위해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 두려운 상황이나 사물을 회피하는 ‘특정공포증’, 밀폐된 장소에 대한 공포로 이를 피하는 ‘광장공포증’ 등도 있다. 그 외에 어머니 등 중요 인물과의 분리가 어려운 ‘분리 불안장애’, 평소에는 말을 잘하다가도 특정 사람들 앞에서만 말을 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구증’ 등 불안장애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안의 대표적인 신체 증상은 무엇인가.
“불안할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또 어지럽거나 설사가 나오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도 있다. 이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병원에서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한 번쯤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불안장애 환자들이 각종 신체 증상 때문에 가정의학과나 내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등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데 이 경우 검사상으로는 정상이지만 증상이 반복돼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라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안장애에 관한 검사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세보 효과란 말은 미국의 월터 케네디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 염려와 같은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즉 약물이나 주사치료를 받고 나서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안한 사람들에게서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불안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정상적인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특정 상황에서의 불안은 그 상황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한 ‘필요악’이다.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 하지 말고 자신의 불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거나 병적인 불안은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발작으로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공황장애로 인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사회불안장애 환자들도 남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그릇된 사고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이완훈련법, 호흡 재훈련법 등을 평소에 익혀서 불안이나 긴장 시에 스스로 적용하는 것이 불안장애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번 책에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가운데 하나인 불안과 각종 불안장애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했다. 현대사회에서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불안의 다양한 측면과 불안의 원인은 물론 각종 증상 그리고 불안장애의 치료법과 자가 극복법 등을 담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