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능력 다른 방식 보상 중요 성과만 따지면 ‘피터의 법칙’ 위험
박중현 논설위원
‘높은 성과를 낸 사람에겐 돈으로 보상(Pay by Performance)하고, 잠재적 성장역량이 높은 사람에겐 승진으로 보상(Promotion by Potential)하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저서 ‘초격차’에서 강조하는 인사 원칙이다. 권 고문은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성과와 승진을 기계적으로 연동시켜 매출 증가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승진시킨다. 무조건 승진시켜 보상한다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발표할 새 인사제도도 ‘성과’와 ‘업적’이 좋은 임직원에겐 금전 보상을, ‘능력’과 ‘역량’이 탁월한 인재에 대해선 발탁 인사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5년간 권력을 맡길 대통령을 고르는 일은 대기업 오너가 그룹 주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일과 비슷하다. 과거의 성과나 현란한 개인기에 현혹돼 CEO를 잘못 뽑았다가 추락한 국내외 기업이 적지 않다. 한국의 대내외 ‘사업 환경’이 나쁜 쪽으로 급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나라의 CEO를 잘 고르는 일이 중요해졌다.
어떤 경쟁에서든 최상위 2인에 들 정도면 자랑할 만한 업적이 많은 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지내며 청년기본소득 등 복지정책으로 민심을 얻었다. 계곡정비사업 등 눈에 보이는 업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6년간 검사로 일하며 전직 대통령 등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했다. 검찰총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것이 대선 후보로 이어지는 결정적 성과가 됐다.
정치인의 성과를 ‘대통령 승진’으로 보상하려 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게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이다. 교육학자이자 경영학자인 로런스 피터는 수직형 조직에서 실적 좋은 임직원을 계속 승진시킬 경우 조직의 정점에는 그 자리에 필요한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한 인물이 오르기 쉽다는 점을 발견했다. 치르는 선거마다 승리한 성과를 토대로 대통령에 올랐지만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소통능력, 포용적 리더십을 못 갖췄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예다.
역량 면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상반된 캐릭터다. 이 후보가 두뇌회전이 빠르고 순발력 있는 ‘제너럴리스트’라면, 윤 후보는 우직하게 외길을 걸어온 ‘스페셜리스트’다. 자질로 볼 때 이 후보는 형수 욕설에서 나타난 공격성, 윤 후보는 손바닥 왕(王)자로 드러난 허당 기질이 약점이다. 리더십 스타일도 이 후보가 정책 하나하나를 챙기고 수백만 원 결재까지 직접 사인하는 ‘만기친람형’, 윤 후보는 부하들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책임은 떠안는 ‘형님형’으로 많이 다르다. 이 시대의 대통령에 적합한 역량, 자질이 어느 쪽인지 판단은 유권자들 몫이다.
과거 삼성에선 CEO로 키워야 할 인재에게 가끔 의도적으로 ‘물 먹이기 인사’를 했다고 한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란 억울함, 회의 속에서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런 상황에서도 의연히 대처할 깜냥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대통령 가도에 놓인 높은 장애물들을 두 후보가 어떤 표정으로 극복해 가는지도 남은 100여 일간 꼼꼼히 살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