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집권을 꿈꾸며 ‘21세기 술탄’으로 불리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공략에 나섰다. 튀르크어족으로 분류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튀르크어 사용국가 기구(Organization of Turkic States·OTS)’를 결성한 것. 그런데 최근 반(反)서방 노선을 걷는 에르도안과 호흡을 맞춰온 중국이 OTS에 대해선 아주 불편한 심사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신장위구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달 12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공식 출범한 OTS는 터키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 회원국으로 참가했고, 투르크메니스탄이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OTS는 장기적으로는 외교안보 측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 분야에서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슬림 강경파가 핵심 지지 기반이다. 이슬람권의 맹주를 자처하며 중동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해왔고, 튀르크계라는 연결고리를 활용해 중앙아시아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튀르크라는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이 돌궐이다. 돌궐족은 4세기 말부터 중국 북부에서 세력을 확장해 552년에는 왕조를 세웠다. 당시 중국인들은 뛰어난 제철 기술을 가진 돌궐을 철노(鐵奴·철을 만드는 야만인)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돌궐은 당나라에 패배한 뒤 서쪽으로 이동했고 10세기에 투르키스탄 지역까지 진출했다. OTS 회원국 대부분은 이 지역 국가들로서 민족의 뿌리가 같고 모두 이슬람권에 속해 있다. 돌궐족의 후예들이 다시 뭉치면서 돌궐제국의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다른 강대국들도 중앙아시아에 부는 바람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미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전통적으로 중앙아시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러시아도 이 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돌궐족의 혈통을 이어받은 튀르크계 국가들의 움직임이 국제 정세에 또 하나의 변수가 돼 가고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