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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창원]내년도 ‘미라클 모닝’ 열풍, 내가 주도 못 하면 떠난다

입력 | 2021-11-25 03:00:00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올해 벽두부터 2030세대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미라클 모닝’ 열풍은 한국 사회를 읽는 키워드가 됐다. 미라클 모닝은 남들이 잠든 이른 아침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통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2012년에 출판된 ‘미라클 모닝’이라는 번역서가 역주행하면서 모든 세대가 따라하는 거대한 물결이 됐다. 기적을 일으키는 행동이라고 하지만 제시한 내용들을 보면 명상, 자기암시, 오늘 할 일 정리, 운동, 독서, 일기 쓰기 등 소소한 것들이다. 코로나에 꽁꽁 갇힌 답답한 현실 속에서 아침 시간만이라도 자기가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권태와 우울감을 극복하자는 몸부림인 셈이다.

아침을 일찍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2000년대 초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과 비슷하지만, 그 목적이 성공이나 출세가 아니라 자기계발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나를 위한 작은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아가 행복해지자는 것이다.

2022년 트렌드를 전망한 보고서들에 따르면 내년에도 미라클 모닝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삶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 하는 개인들의 욕망이 더욱 거세지고, 이를 돕는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혼공족을 위한 공부앱이나 달리기나 걷기 등 운동을 하면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앱처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루틴을 관리해주는 리추얼(ritual) 앱이 대표 사례다. 자기계발 욕구가 남다른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e러닝 등 비대면 온라인 교육시장도 그중 하나다.

자기주도적 삶을 사는 개인이 늘어난다는 건 사회적 다양성 차원에서도, 일상 회복을 통해 일과 휴식의 균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까지 자기통제력을 우선시하는 신인류의 등장은 앞으로 본격화될 위드 코로나 시대와 묘한 긴장 관계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경제와 사회가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지만 정작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대거 일자리를 떠나는 ‘그레이트 레지그네이션(the Great Resignation)’이 이어지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의 퇴사율 통계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사람의 비율이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2.9%)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올 7월 영국 BBC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 국한됐던 대대적인 사표 바람이 화이트칼라에까지 옮겨붙고 있는 현상을 두고 ‘전방위적 탈출(across the board exodus)’이라고 지적했다. 직업 안정성이 있는 화이트칼라까지도 한번 맛본 자기주도적 삶을 코로나 이전의 삶과 맞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때에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업종에서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직장 생활의 시간과 장소까지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라는 2030세대에게 코로나 이전으로의 섣부른 회귀를 강요했다가 자칫 심각한 세대 불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김창원 DBR 사업전략팀장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