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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요소가 문제였다![서광원의 자연과 삶]〈46〉

입력 | 2021-11-25 03:00:00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불확실성 시대가 이런 건가 싶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뒤통수를 치듯 불쑥불쑥 터진다. 이번엔 요소수다. 요소(尿素)라는 성분을 물에 탄 그것이 이렇게 중요한지 미처 몰랐다. 요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어 찾아보니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요소는 오래전부터 생존의 핵심 요소(要素)였다. 요즘처럼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버리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요소가 중요해진 건 먼 옛날 물에 살던 생명체들이 육지라는 신천지를 개척할 때부터다. 동물은 3대 영양소(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얻는데, 단백질을 분해할 때 문제가 생긴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에서 독성 강한 암모니아가 생기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세포막을 망가뜨리고 신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기에 즉시 버려야 한다. 물속에 살 때에는 일도 아니었다. 그냥 몸 바깥으로 버리면 됐다. 기체라 물에 쉽게 희석되기도 하고 흘러가 버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육지의 공기에서는 쉽게 오염될 수 있어 새로운 처리법이 필요했다. 상륙자들은 콩팥(신장)을 다양하게 진화시켜 노폐물 전문 처리 센터를 만들었다. 암모니아를 오줌에 섞어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양서류와 포유류는 암모니아를 요소라는 성분으로 바꿔 배출하고, 파충류와 조류는 요산으로 그렇게 했다.

두 방식은 장단점이 교차한다. 요소는 독성이 적고 물에 잘 녹아 버리기에 편리하지만 물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반면 물에 잘 녹지 않는 요산은 침전시켜 버릴 수 있어 물이 적게 들지만 그렇기에 에너지 소모가 3배나 크다.

그래서 공룡의 후예라는 설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 새들은 소변 기관이 따로 없다. ‘새똥’이라는 말은 있어도 ‘새 오줌’이라는 말이 없는 이유다. 오줌이 약간 생기기는 하지만 총배설강(cloaca)을 통해 똥과 함께 내보낸다. 파충류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방광도 없다. 공룡에게는 방광이 없는 게 어떤 이점으로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는 확실히 유리했을 것 같다. 자유로운 비행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바다에 적응한 상어와 가오리는 오랜 시간 살아온 생존의 강자답게 암모니아를 역발상으로 활용한다. 남들은 어떻게든 빨리 버리려고만 하는 쓰레기를 요소로 만들어 혈액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이러면 농도가 높아져 삼투압 원리에 따라 바다의 수분을 자연스럽게 빨아들일 수 있다. 수분 섭취하느라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가오리의 후예인 홍어를 먹을 때 알싸한 냄새에 코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걸 잘할수록 더 잘 사는 원리를 이들은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삼합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알아야 할 상식이 아닐까 싶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