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이 언제 될지 모르는데,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매수자들이 많아졌어요.”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실거주 목적의 거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투자 목적으로 거래가 대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초부터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재개발이 실제로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모르는데,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서울에서 매매된 주택 2곳 중 1곳은 빌라고, 수도권 빌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다.
서울에서 빌라 매매 거래량이 11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앞질렀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빌라 거래를 압도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가 거래량의 2배를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총 5만170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 매매 건수(10만4492건)의 49.5%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36.7%)보다 12.8% 상승했다.
지역별로 은평구(69.5%)가 빌라 매매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강북구(66.5%), 광진구(63.3%), 도봉구(60.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강서구(59.6%) ▲양천구(58.0%) ▲송파구(57.3%) ▲관악구(57.2%) ▲금천구(55.0%) ▲강동구(51.6%) ▲동작구(51.5%) ▲마포구(50.6%)는 올해 전체 주택 매매 건수 중 절반 이상이 빌라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빌라 가격은 지난해 말 월간 상승 폭이 1~2대%까지 급등하더니 올해 초 상승 폭이 1%대 이하로 낮아졌고, 지난 6월에는 0.22%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 7월 0.63%로 오르더니, 8월에 0.73%에 이어 9월에는 1.42%로 다시 급등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빌라를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전월(115.0%) 대비 4.9%p(포인트) 상승한 119.9%로 집계됐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평균 응찰자수는 5.1명으로 8월(8.1명)과 9월(7.2명)에 비해 줄었으나, 9억원 이상 아파트에 응찰자가 몰렸다. 지난달 낙찰된 서울 아파트 경매 31건 중 7건이 최저가격 9억원 이상이었고, 이들 아파트에 총 응찰자(106명)의 57%인 60명이 참여했다.
수도권의 연립·다세대주택(빌라) 낙찰가율도 상승했다. 인천 빌라 낙찰가율은 전월(83.9%)보다 4.0%p 상승한 87.9%, 경기는 4.0%p 상승한 83.5%로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빌라 낙찰가율도 93.4%로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매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주택 수요가 빌라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오르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길을 돌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덜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투자 수요까지 더해져 빌라 가격이 당분간 우상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입지 여건이 좋은 신축 빌라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노후 빌라는 투자자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수에 신중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