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왼쪽부터),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 이들은 29일 대법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2021.1.29/뉴스1 © News1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판사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된 두번째 무죄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5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성창호 전 영장전담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전 수석부장판사는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법관 비리사건으로 비화하자 당시 영장전담 판사였던 조·성 부장판사와 공모해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복사한 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도 “사법행정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게 일부 포함됐지만 신 전 수석부장판사가 통상적 경로와 절차에 따라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고, 임 전 차장은 그런 목적에 맞게 정보를 사용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영장담당 판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행동준칙이 없고, 법원 내부에서도 이런 사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게 원인”이라며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형사처벌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의 ‘직무상 비밀’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한편 지난달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 중 처음으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유 전 수석은 임 전 차장과 공모해 연구관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진행 상황을 문건으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과 재판개입 혐의로 헌정사상 첫 법관탄핵심판에 소추됐던 임성근 부장판사는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