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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부 잘못으로 위자료·보상금 동시 지급…반환 안돼”

입력 | 2021-11-25 14:54: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정부가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유족에게 국가배상금과 형사보상금을 동시 지급해놓고 추후 이중으로 지급됐다며 형사보상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정부가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1951년 초 고문과 가혹행위에 의한 자백을 기초로 국방경비법위반죄로 사형됐다. 그러나 2013년 1월 B씨의 딸 A씨의 재심 청구로 B씨는 무죄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A씨는 2014년 7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형사보상금 청구 소송을 동시에 제기해 그해 10월 위자료 8000만원을 받고 두 달 뒤 형사보상금 3700여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형사보상금을 받은 사람이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금을 받았을 때 손해배상금이 형사보상금보다 많다면 둘 다 지급할 수 없다는 형사보상법 규정을 근거로 형사보상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위자료 금액이 형사보상금 금액보다 커 A씨가 받은 형사보상금 중 일부를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당시 이중지급이 될 수 있다는 사정을 주장하지 않은 정부 측에도 잘못이 있다며 형사보상금 중 일부인 1500만원을 반환 금액으로 정했다.

반면 2심은 “정부가 형사보상 청구 사건에서 형사보상금을 초과하는 위자료를 지급했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형사보상결정을 송달받고도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며 “법원의 확정 결정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수령한 것이 부당이득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부는 손해배상소송이나 형사보상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같은 원인의 다른 절차가 있음을 법원에 알리거나 배상금이나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먼저 지급된 금원을 빼고 지급하는 등 이중지급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아무 조치없이 형사보상금 전액을 지급해놓고 이를 정당한 것으로 인식한 A씨에게 이중지급을 이유로 반환을 요구한다면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