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에 건립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건물 3층 뼈대만 세우고 공사 중단 신규허가 받으려면 수천만원 비용 사전예고제 도입 행정시스템 절실
산지전용허가 기간이 끝나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허가 연장을 하지 못한 부산 기장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오른쪽)과 장애인거주시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산지전용허가 기간 종료가 임박했다는 안내만 해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24일 오후 부산 기장군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앞. 시설 옆 700m²의 터에 지어지는 건물 3층은 뼈대만 세워진 채 공사가 중단돼 있었다.
A 원장은 이곳에 ‘장애인 거주시설’과 이들이 일하며 자립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나란히 건립하려 했다. 2015년 12월 산지 일부를 일정 기간 건축을 위해 쓰겠다는 취지의 ‘산지전용허가’와 ‘건축허가’를 받았다. 거주시설은 2019년 4월 먼저 준공해 임시사용 승인을 받고 운영 중이다. 재활시설은 시공사 부도 등으로 2018년 11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A 원장은 “2019년 거주시설의 임시사용 승인 때 산지전용허가 기간도 연장된 것으로 여겼다. 허가기간이 끝나간다는 것을 알았다면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장군의 ‘산지전용허가 기간 종료 임박’이라는 행정지도가 없었던 까닭에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 사실상 무허가 건축물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거주시설 건립에 국·시비 등 11억 원의 보조금이 투입됐다.
A 원장은 ‘산지전용허가 연장 문제로 발생한 고충을 해결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부산시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지난달 제출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신규 허가를 다시 얻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다만 기존 건물을 허물고 산지를 복구할 필요는 없으며 2015년 최초 허가신청 때 서류를 다시 첨부해 신청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규 허가를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와 ‘산지전용 타당성조사 결과서’ ‘축적이 포함된 지형도’ 등 10여 개에 이르는 서류를 꾸미는 절차를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기 때문에 수천만 원을 추가로 들여야 할 처지다.
A 원장과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지전용허가 기간 만료 전 해당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리게 하는 행정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온다.
사전예고제를 시행 중인 한 구청 담당자는 “모든 허가 건에 대해 안내하지는 않고 담당 공무원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건만 민원인에게 연장 여부를 문의한다”며 “알림 서비스에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산지전용허가 기간 종료 사전예고제를 시행 중인 곳은 산지가 많거나 과거 민원인들의 피해가 많았던 경기 용인시와 가평군, 경남 김해시, 제주도 등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산지전용허가 기간을 넘겨 피해를 입는 민원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지관리법에 허가기간 종료 전 알림 의무 규정을 넣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