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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숄츠의 ‘신호등 연정’ 출범… 메르켈 정책서 ‘좌회전’ 예고

입력 | 2021-11-26 03:00:00

숄츠, 내달 6일 신임 獨총리로



새 총리 오를 숄츠, 메르켈에 꽃다발 24일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다음 달 차기 총리에 오를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대표(오른쪽)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2005년부터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이날 총리로서 마지막 각료회의를 주재했다. 베를린=AP 뉴시스


9월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24일 좌파 녹색당, 우파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63)는 다음 달 6일 연방하원 표결을 거쳐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가 된다. 연정 합의문에 석탄발전 중단 시기 앞당기기, 최저임금 인상, 투표 연령 하향, 대마초 합법화 등 진보적 정책이 많이 담겨 숄츠가 이끄는 독일은 중도우파 메르켈 총리의 16년 집권기와는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숄츠 대표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 많은 진보를 위한 위험(Risk More Progress)’이란 제목의 연정 합의문을 공개했다. △시급 9.6유로인 최저임금을 12유로(약 1만6000원)로 인상 △18세인 투표 연령 16세로 하향 △2038년으로 예정됐던 석탄발전 중단 시기를 2030년으로 앞당기는 것 등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함부르크 태생인 숄츠 대표는 변호사 시절 노동자 보호에 앞장섰다. 작년 11월에는 재무장관 자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회복을 위해 재정을 ‘바주카포’처럼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해 ‘바주카포맨’이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을 앞세운 노동시장 개혁을 지지하는 등 좌우 진영을 넘나들어 ‘정치적 카멜레온’으로도 불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으로 메르켈 총리와도 유사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여자였다면 메르켈 총리가 주로 입는 바지 정장을 입었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40), 로베르트 하베크(52) 녹색당 공동대표는 새 정부에서 각각 외교장관과 경제기후보호장관을 맡는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42)는 재무장관에 오른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사민당은 이후 두 달간 연정 구성을 추진해 왔고 독일 역사상 3개 정당의 연정은 처음이다. 사민당, 자민당, 녹색당의 당 색깔이 각각 빨강, 노랑, 초록이어서 ‘신호등 연정’으로도 불린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인권을 중시하는 새 연정이 메르켈 총리 재임 때보다 중국과 러시아에 더 강경한 노선을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중 중국을 12차례나 방문했다. 독일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 연정의 3당 모두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의 사이버보안 문제, 독일 경제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 등을 이유로 중국과 거리 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베어보크 녹색당 대표는 9월 총선 당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중국 제품을 독일에 들일 수 없다”고 했다.

새 정부가 러시아에 대항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공유 협정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담겼다. 미국은 독일에 유럽 최대인 3만5000명의 미군을 뒀고, 남서부 뷔헬 공군기지에는 약 20개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다. 숄츠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주권, 프랑스와의 우호,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3당의 노선이 많이 달라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각각 복지와 기후대응을 강조하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정책은 감세, 규제 완화 등을 강조하는 자민당과 큰 차이가 있다. NYT는 연정 내부의 의견 차이가 심해지면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지도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