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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스웨덴 첫 여성총리, 선출 7시간만에 사임

입력 | 2021-11-26 03:00:00

예산안 부결-연정 파트너 이탈
국왕 접견-취임식도 못하고 사퇴
“내년 단독집권 통해 재선출 희망”




스웨덴 역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된 마그달레나 안데르손(54·사진)이 7시간 반 만에 ‘초고속’ 사임했다. 그가 주도한 내년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녹색당도 연정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스웨덴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24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안데르손 총리는 기자들에게 “나는 정당성이 의심되는 정부를 이끌고 싶지 않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어 “의회 의장에게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불과 몇 시간 전 의회 투표에서 총리로 선출된 그는 취임식이 열리기도 전에 물러났다. 그는 26일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을 찾아 인사한 뒤 총리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안데르손의 사임은 그가 속한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이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반(反)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극우정당의 요구가 여당 예산안에 반영된 것을 알게 된 녹색당은 반대 뜻을 밝히며 야당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페르 볼룬드 녹색당 대표는 “극우와 함께 만든 예산안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정부 예산안은 의회에서 과반수가 아닌 ‘다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날 여당 예산안은 143표, 야당 예산안은 154표를 얻어 야당 안이 통과됐고 연정은 붕괴됐다. 안데르손 총리는 “연정 파트너가 이탈하면 총리는 사임해야 한다는 헌법상 관례가 있다”고 말했다. 의회 의장은 “8개 정당 지도자들과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한 뒤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데르손 총리는 내년 9월 치러질 총선을 통해 다시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사의 표명 직후 의장에게 “사민당이 단독 집권하는 정부의 수장으로 총리에 다시 지명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당도 “비록 이번 여당 예산안에는 반대하지만, 차기 총리 선출 투표에서 다시 안데르손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스웨덴 매체 더로컬은 “의회가 총리 선출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고 이르면 11월 29일 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 이 경우 안데르손이 다시 선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24일 안데르손은 스웨덴에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 지 100년 만에 여성으로는 처음 총리로 선출됐지만 정치적 기반은 불안했다. 스웨덴 의회는 총 349석인데 안데르손의 총리 선출에 117명이 찬성표를, 17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57명은 기권했고 1명은 투표하지 않았다. 반대표가 더 많았지만 ‘반대표가 과반(175석)에 이르지 않으면 총리로 선출된다’는 스웨덴의 법에 따라 선출됐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