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자리 비운채 ‘尹선대위’ 가동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1분 1초를 아껴야 한다”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을 임명하려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선대위 실무 조직을 출범시켰다. 전날 두 사람 간 담판이 무산된 뒤 이날은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며 여진이 이어졌다. 윤 후보는 “김종인 박사님 얘기 더 안 하겠다”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이 최후통첩을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주접을 떤다”는 표현까지 쓰며 날을 세웠다.
두 사람의 결별 가능성까지 나오며 당내 우려가 커지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대책을 모색하는 등 봉합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졌다. 양측이 물밑 접촉의 끈은 놓지 않고 있어 김 전 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분석이 야권에서 나온다.
○ 尹 “1분 1초 아껴야” vs 金 “합류는 내 마음”
윤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운동이 더 지체돼서는 곤란하고 1분 1초를 아껴가면서 뛰어야 할 상황”이라며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6개 총괄본부장과 공보단, 대변인 등 인선안을 부의해 최고위의 추인을 받았다.전주혜 김은혜 의원은 선대위 대변인, 조수진 의원은 공보단장에 임명돼 초선 여성 의원 3명이 공보 라인에 전진 배치됐다. 경선 캠프 때부터 활동해온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원일희 전 SBS 논설위원도 대변인을, 박정하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공보실장을 맡는다. 윤 후보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김종인 박사님 관련 얘기는 이제 안 할 것”이라며 “말씀드리는 게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이날도 날 선 발언으로 윤 후보 측을 겨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이 최후통첩을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주접을 떨어놨던데, 내가 그 뉴스를 보고 ‘잘됐다’고 그랬다”며 “오늘로써 끝을 내면 잘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합류에 대해 “그건 내 마음”이라면서도 외곽 지원설에 대해선 “밖에서 돕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 없이 구성해야 한다면 다른 총괄선대위원장을 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왜 지금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 우린 (김 전 위원장을)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외곽 지원설을 부인한 것에 대해선 “내가 없는 얘기를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 후보 직속 청년위 설치 검토
양측은 이런 갈등에도 물밑 접촉을 계속 이어가는 분위기다.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으로 거론되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이날 김 전 위원장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 초선 모임 운영위원들은 이날 회동을 갖고 다음 주 초선 의원 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특히 국민의힘 선대위는 후보 직속 기구로 청년위원회를 다음 주 설치하고 윤 후보가 직접 위원장을 맡는 안을 검토 중이다. 선대위 내부에 설치될 청년본부가 청년위를 뒷받침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를 전혀 해보지 않은, 다양한 경력의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