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한 이후 현재까지 마라톤 풀코스와 하프코스를 각각 50회 이상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다. 박 교수가 한양대병원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박 교수는 2001년 5월 경기 양평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약 21㎞)에 처음 출전했다. 그 전까지 10㎞도 달려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대회 개최 사실도 한 달 전에야 알았다. 참가 신청서를 내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마라톤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 교수와 식사하던 중에 그 선배가 10㎞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자 ‘나도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영도 오래 했고, 선배보다 나이도 어리니 잘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마라톤과의 인연이었다.
● 9년 동안 수영으로 체력단련
수영과의 인연도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당시 박 교수는 경기 과천에 살고 있었는데, 마침 수영장이 근처에 들어섰다. 스포츠의학 관점에서 운동하기 가장 좋은 조건은 ‘가까운 곳에서 운동하기’란다. 그 조건이 만들어졌다. 박 교수는 곧바로 수영장을 찾아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사실 박 교수는 어렸을 때 시골 개울에 빠져 큰일을 당할 뻔했다. 사고 이후로 물이 두려웠다. 수영을 해 본 적도 거의 없다. 초급반에서 첨벙거리면서 숨을 쉬지 않고 3, 4m 나아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박 교수는 중급반과 고급반을 넘어 최고 레벨인 ‘마스터반’까지 올랐다. 네 가지 수영법을 바꿔가며 25m 거리 수영장을 20바퀴 도는 건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이후 근무지를 옮기고 집도 이사했다. 수영장이 멀어졌다. 그래도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갈 만큼 오랜 운동 습관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운동하기’ 원칙이 깨지면서 심리적 거리감이 생겨났다. 업무량까지 늘어나면서 수영장에 가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 그러던 차에 양평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것이 마라톤 마니아가 된 계기가 됐다.
● 수영에서 마라톤으로 갈아타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결과는 어땠을까. 성적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체력은 자신이 있었다. 예상과 달랐다. 일단 초여름의 더운 날씨로 꽤나 애를 먹었다. 대회 직전에 산 마라톤 신발은 발에 익지 않았다. 열 개 발가락 모두에 물집이 생겼다. 예상대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완주했으니 뿌듯했다. 다만 너무 힘들었기에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3일 정도 지나자 몸이 근질거렸다. 다시 뛰고 싶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유를 따져봤다. 고통스러운 달리기를 하던 중 어느 순간에 ‘임계점’을 넘어설 때의 성취감 때문이었다. 수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이었다. 임계점까지 몰아붙이는 마라톤이란 종목에 스포츠의학자로서의 호기심까지 발동했다.
발가락 물집이 아문 2주 후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뛰어들었다. 수영을 줄이는 대신 일주일에 3, 4회는 새벽마다 달렸다. 달리다 보니 ‘가까운 곳에서 운동하기’의 원칙을 항상 충족하는 운동이란 걸 느꼈다. 박 교수는 “수영은 대체로 레슨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반면에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새벽 달리기 매력에 빠지다
보통 오전 4, 5시에 일어난다. 주로 집 근처에 있는 하천 산책로를 달린다. 보통 8~10㎞를 1시간에 주파한다. 때로는 14~16㎞를 달리기도 한다. 가끔 달리다가 환자를 만날 때도 있다. 운동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며 또 달린다.
아주 오래전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뛴 적이 있다. 소감을 물으니 “지루했다”고 한다. 하천 산책로 달리기와는 차원이 다르단다. 같은 길도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고, 코스를 여러 방식으로 바꾸다 보면 늘 새로운 길이 된다는 것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눈이 오는 날에도 새벽에 달린다.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화를 신고 뛴다. 그럴 때는 발이 묵직하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셈이다. 비가 오는 날도 폭우가 아니라면 뛰기를 멈추지 않는다.
달리기와 별도로 아파트 내 간이 헬스시설에서 주 2회 정도 1시간씩 근력 운동을 한다. 보디빌딩 선수처럼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빠지는 근육량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큰 이상이 없다. 오랜 운동 덕분이다. 앞으로도 지금의 생활을 고수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운동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운동을 해야 평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웃었다.
겨울철 운동, 안전하게 하려면?
겨울철 야외 운동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많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피부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 점도가 올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심혈관계 질환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혈압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스포츠의학 관점에서 겨울철 야외 운동을 할 때 지켜야 할 점을 들어 봤다.
박훈기 교수가 달리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겨울철 운동에서 사전 몸풀기는 필수다.
둘째, 보온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얇은 상의를 여러 겹 입는 게 좋다. 날씨가 추우면 땀이 겉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안쪽에선 땀이 날 수 있다. 따라서 면으로 된 속옷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 달리다 보면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서부터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따라서 귀마개와 모자, 장갑을 착용하는 게 좋다.
셋째, 여름보다 겨울에 운동할 때 에너지 소모가 더 많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실내 다이어트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편이 일반적이지만, 겨울철 야외 운동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는 절대 운동을 하면 안 된다.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넷째, 충분히 대비해도 의외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가슴 통증, 두근거림,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쉬어야 한다. 이는 겨울철 야외 운동뿐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마찬가지다. 증세가 나타난 걸 무시하다간 큰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