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받는 상황에 살인범과 셀카를 찍어야 하나요?”
‘스토킹 살인범’ 김병찬(35)에게 당한 피해 여성의 여동생은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의 3남매 중 막내인 A 씨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스토킹 당할 때)경찰은 그 살인범과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이런 증거를 원하더라. 그게 말이 안 되잖냐. 언니가 셀카를 찍을 수도 없고. 그 살인범이랑”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신변 보호 대상자였던 A 씨의 언니는 김병찬의 집요한 스토킹에 시달리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언니가 전 근무지인 부산과 서울에서 수차례 신고했는데 그때마다 경찰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A 씨는 “그렇다. 언니가 수차례 신고도 하고 다 했는데, 증거를 같이 있을 때 남겨놓을 수가 없잖으냐. 그런데 증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언니가 카톡으로 보낸 게 있다. 그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리고 언니한테 어떤 경찰은 ‘협박당한 게 맞냐?’고 (의심해) 물어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언니가 임시 거처를 신청하고 법원에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김병찬에게는 그냥 전달만 하고 땡이다. 언니가 임시보호소로 이동할 때 그 살인범이 언니 차에서 자는 것을 수사관이 발견했는데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만 주고 다시 돌려보냈다고 한다”고 원망했다.
허술한 스마트워치 시스템에 대해서도 분통해 했다.
A 씨는 “차라리 스마트워치 지급이 안 됐으면 언니가 휴대폰 SOS 기능을 써서 정확히 위치를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11월 9일 김병찬이 점심시간쯤에 언니 직장 근처에 찾아왔는데 ‘출퇴근할 때 칼을 찔리고 싶냐. 불안하게 되고 싶냐’ 이런 말을 하면서 언니를 위협했다. 언니가 무서우니까 미리 설정해 둔 휴대폰 구조요청(SOS) 기능을 눌렀다. 그게 언니 친구들한테 가게 돼 있었다. 그때 언니의 정확한 위치가 찍힌 문자랑 로드뷰가 발송돼서 언니 친구들이 살인범과 같이 있던 언니를 분리해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 언니는 보호받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갔다. 저희가 올린 청원에 동의 좀 해 달라”고 간청했다.
지난 24일 유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은 26일 오후 1시 기준 2만35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마감인 12월 24일까지 20만 명이 동의해야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