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카 살인 사건’ “변호사라 변호…마음 아픈 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계류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오는 29일까지 ‘세번째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민주당 핵심 지역인 호남 곳곳을 돌며 민심잡기 행보에 나선다. 2021.11.26/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논란이 된 ‘조카 살인 사건 변호’ 논란에 “변호사라서 변호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6일 오후 전남 신안군 압해읍 전남 응급의료 전용헬기 계류장을 찾은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과거 조카 사건을 어쩔 수 없이 변호했다고 했는데 언론에 피해자 입장이 나왔다. 후보께서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한 걸 아쉽다고 하고 사과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변호사라 변호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모든 범죄의 피해자들은 억울한 것이고 그 점에 대해서 제가 멀다고 할 수도 없는 친척의 일을 제가 처리했는데 아쉬움, 억울함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가슴 아픈 일이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마음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살인 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표현한 점과 ‘사과받은 적 없다’는 피해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피해자 가족분들의 인터뷰 기사를 이제서야 뒤늦게 봤다”라며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시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조카가 저지른 사건은 200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강동구 모녀 살인 사건’이다. 당시 이 후보의 조카 김모 씨는 전 여자친구 A 씨의 집을 찾아와 A 씨와 어머니를 총 37차례 찔러 살해했다. 부친은 칼을 피하고자 아파트 5층에서 뛰어내려 전신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후보는 조카의 변호를 맡아 ‘충동조절능력의 저하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며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최근 논란이 됐다. 또 이 사건 1년 뒤 연인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한 또 다른 가해자의 변론을 맡아 여기서도 ‘심신미약’으로 감형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졌다. 이 후보가 강조해온 인권변호사 이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후보가 ‘데이트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살인을 폭력으로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중상을 입었던 피해자의 부친은 이날 공개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라며 “우리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 듯 얘기하는데 참 뻔뻔하다”며 사건 당시에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