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 표지에 ‘아프가니스탄 소녀’라는 제목의 사진 주인공으로 등장해 전쟁의 참혹함을 알렸던 아프간 여성 샤르밧 굴라(49)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후 이탈리아로 도피했다고 AFP통신 등이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아프간 시민 굴라가 로마에 도착했다”면서 “그녀가 이탈리아로 올 수 있도록 한 것은 아프간 시민들의 피난과 그들의 수용 및 통합을 위한 정부 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굴라는 비영리단체들의 도움으로 이탈리아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비영리단체의 요청에 응해 굴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프간 출신인 굴라는 사진이 촬영됐던 1984년 당시 12살 나이로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었다. 1979년 시작된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처럼 고아가 된 그는 파키스탄으로 피신해 있었다.
아프간 주요 파병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는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데 포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올 8월 중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9월 초까지 이탈리아가 도피시킨 아프간 사람들은 5000명에 이른다. 아프간의 첫 여성 검찰총장이었던 마리아 바시르도 지난 9월 아프간을 떠나 이탈리아로 왔다. 이탈리아는 이달 초 바시르에게 이탈리아 시민권을 부여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