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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팬데믹 성탄절’ 현실로…“봉쇄가 유일한 브레이크”

입력 | 2021-11-26 17:18:00

사진 AP 뉴시스


“오늘은 10만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를 애도해야 하는 아주 슬픈 날입니다.”

25일(현지 시간) 독일과 폴란드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거운 표정으로 “접촉에 대한 제한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독일의 누적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일일 신규 확진자가 7만596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자 다음달 총리직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가 직접 비상조치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 중남미 등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타나하면서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된지 지 2년을 앞둔 세계 각국은 다시 코로나 19 공포에 휘청이고 있다.


● ‘대유행’ 공포…유럽 속속 비상사태


4차 코로나 대유행의 진앙지로 꼽히는 유럽에선 확진자 폭증세에 “끔찍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25일 기준 지난 일주일간 독일에서 발생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5만156명으로 2주전보다 49% 늘었다. 같은 기간 프랑스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증가율은 181%, 스페인은132%에 이른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의 확산세는 더욱 가파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15∼21일 보고된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243만 명으로, 세계 신규 확진자의 67%에 달한다. 전 세계 코로나 신규 확진자 3명 중 2명은 유럽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재봉쇄와 백신 의무화에 나서는 등 속속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26일부터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필수화하고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부스터샷 대상에 포함했다. 체코는 정부가 30일간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술집과 클럽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했고 오스트리아는 22일부터 20일간 전면 봉쇄령(lock-down)‘에 나섰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브리핑에 따르면 일주일간 평균 확진자 수는 9만2800명으로 전주 대비 18% 증가했다. 하루 평균 입원 환자의 숫자 역시 약 5600명으로 지난주 대비 6% 늘어났다. 카리사 에티엔느 미국 판아메리칸보건기구 사무국장은 24일 “유럽의 확산세가 미국에서 몇 주 뒤 그대로 반복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미국의 확진자 폭증 가능성을 경고했다.


● “비참한 봉쇄(lock-down)가 유일한 브레이크”


사진 AP 뉴시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유럽에서 시작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방역 조치의 빗장이 풀린 데다 겨울철을 맞아 실내 활동이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시간 통계 조사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19일 74만7023명에서 10월 11일 33만2488명으로 줄었다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최근 50만 명 안팎으로 크게 늘었다. 앞서 유럽 등 주요국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확진자가 감소하자 9, 10월을 기점으로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위드코로나’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지나면서 효과가 차츰 떨어지고 있는데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인한 ‘돌파 감염’ 확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전염병 전문가를 인용해 “백신 접종률이 70% 이상인 메인주나 버몬트주 같은 곳에서도 신규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각국의 뒤늦은 대응을 지적하며 “정부의 대응이 실패할 때 유일한 비상 브레이크는 비참한 봉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