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집 근처 수영장서 체력단련 해오다 마라톤 출전 계기 달리는 맛 빠져 주 3회 이상 새벽 달리기 20년째… 수영과 달리 장소 구애 안 받고 시간-날씨따라 달라 지루할 틈 없어… “중독에 빠질 만큼 운동해야 건강”
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01년 마라톤에 입문한 이후 현재까지 마라톤 풀코스와 하프코스를 각각 50회 이상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다. 박 교수가 한양대병원 운동장에서 달리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촬영했다. 평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훈기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의 주 전공은 스포츠의학이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국가대표팀 닥터를 맡기도 했다. 박 교수는 마라톤 마니아다. 지난 20년 동안 풀코스 50회 이상, 하프코스 50회 이상 완주했다.
박 교수는 2001년 5월 경기 양평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약 21km)에 처음 출전했다. 그 전까지 10km도 달려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대회 개최 사실도 한 달 전에야 알았다. 참가 신청서를 내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마라톤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 교수와 식사하던 중에 그 선배가 10km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자 ‘나도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수영도 오래 했고, 선배보다 나이도 어리니 잘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마라톤과의 인연이었다.
○9년 동안 수영으로 체력단련
마라톤에 입문하기 전 박 교수는 수영으로 체력을 단련했다. 1992년경부터 9년 동안 일주일에 5일 이상, 새벽마다 1시간씩 수영을 했다.
사실 박 교수는 어렸을 때 시골 개울에 빠져 큰일을 당할 뻔했다. 사고 이후로 물이 두려웠다. 수영을 해 본 적도 거의 없다. 초급반에서 첨벙거리면서 숨을 쉬지 않고 3, 4m 나아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박 교수는 중급반과 고급반을 넘어 최고 레벨인 ‘마스터반’까지 올랐다. 네 가지 수영법을 바꿔가며 25m 거리 수영장을 20바퀴 도는 건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이후 근무지를 옮기고 집도 이사했다. 수영장이 멀어졌다. 그래도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갈 만큼 오랜 운동 습관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운동하기’ 원칙이 깨지면서 심리적 거리감이 생겨났다. 업무량까지 늘어나면서 수영장에 가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 그러던 차에 양평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것이 마라톤 마니아가 된 계기가 됐다.
○수영에서 마라톤으로 갈아타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결과는 어땠을까. 성적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체력은 자신이 있었다. 예상과 달랐다. 일단 초여름의 더운 날씨로 꽤나 애를 먹었다. 대회 직전에 산 마라톤 신발은 발에 익지 않았다. 열 개 발가락 모두에 물집이 생겼다. 예상대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그래도 완주했으니 뿌듯했다. 다만 너무 힘들었기에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3일 정도 지나자 몸이 근질거렸다. 다시 뛰고 싶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유를 따져봤다. 고통스러운 달리기를 하던 중 어느 순간에 ‘임계점’을 넘어설 때의 성취감 때문이었다. 수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이었다. 임계점까지 몰아붙이는 마라톤이란 종목에 스포츠의학자로서의 호기심까지 발동했다.
무릎 관절이 손상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스포츠의학 관점에서 보면 마라톤 자체가 무릎을 다치게 하는 운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운동을 중단했다가 며칠 만에 다시 할 때 무리할 경우 부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충분히 몸을 풀어주고 욕심을 줄이며 달리면 80대까지도 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벽 달리기 매력에 빠지다
박 교수는 한 달에 평균 1회 정도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 풀코스를 뛰려면 그 직전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뛴다. 이를 제외하면 대회를 앞두고 따로 훈련하는 법이 없다. 그 대신 최소한 주 3회 이상 새벽 달리기를 한다. 2001년 시작했으니 어느덧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운동 습관이다.
보통 오전 4, 5시에 일어난다. 주로 집 근처에 있는 하천 산책로를 달린다. 보통 8∼10km를 1시간에 주파한다. 때로는 14∼16km를 달리기도 한다. 가끔 달리다가 환자를 만날 때도 있다. 운동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며 또 달린다.
아주 오래전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뛴 적이 있다. 소감을 물으니 “지루했다”고 한다. 하천 산책로 달리기와는 차원이 다르단다. 같은 길도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고, 코스를 여러 방식으로 바꾸다 보면 늘 새로운 길이 된다는 것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큰 이상이 없다. 오랜 운동 덕분이다. 앞으로도 지금의 생활을 고수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운동 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운동을 해야 평생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웃었다.
워밍업-면 속옷 필수… 몸 이상 땐 즉시 중단겨울철 야외운동 시 주의할 점
박 교수가 달리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겨울철 사전 몸풀기는 필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첫째, 운동전에 10분 정도 워밍업이 꼭 필요하다. 체조나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가벼운 속도로 달리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운동을 해도 무리가 없는 몸 상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둘째, 보온에 특히 신경 써 얇은 상의를 여러 겹 입는 게 좋다. 날씨가 추우면 땀이 겉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안쪽에선 땀이 날 수 있다. 따라서 면 속옷을 반드시 입어야 한다. 달리다 보면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서부터 저체온증이 올 수 있어 귀마개와 모자, 장갑을 착용하는 게 좋다.
셋째, 여름보다 겨울에 운동할 때 에너지 소모가 더 많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실내 다이어트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편이 일반적이지만, 겨울철 야외 운동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는 절대 운동을 하면 안 된다.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넷째, 충분히 대비해도 의외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가슴 통증, 두근거림,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쉬어야 한다. 이는 다른 계절에도 마찬가지다. 증세가 나타난 걸 무시하다간 큰 질병으로 악화될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