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계획과장·육군 소령
특히 이젠 빛바래 잊혀지기 쉬운 우리주변의 소중한 분들을 찾아 모셔야 하는 직책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나에게는 지금 순간순간이 언제나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쩌면 이제는 영화 속 이야기거나 교과서 어딘가에 나올 것 같은 케케묵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71주년이 되는 해다. 민족의 비극이고 아픔을 떠나서 어쩌면 우리 가족이 6·25전쟁으로부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가족일 수도 있고 나의 이웃이 아직도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일 수도 있다. 유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이지만, 우리는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감사하기보다는 그저 지금의 현실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언제나 무거운 마음이다.
5G 시대 속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달라지고 변화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며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국가적 숙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2021년 벌써 11개월이 지나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의 달력만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그분들의 아픔의 눈물 속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리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전투화 끈을 다시금 굳게 조이며 바람을 맞으며 사무실로 향한다. 빛나되 빛나지 않는 잊혀져가는 호국의 영웅들과 유가족분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깊어가는 겨울밤의 끝자락으로 굳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김인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계획과장·육군 소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