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29일로 100일이 남은 가운데 제3지대가 꿈틀대고 있다.
이번 대선이 1, 2위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비호감이 상당해 중도층이 마음 둘 곳을 못찾고 있는 탓에 제3지대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어서다.
지난 5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대선 대진표가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김동연’으로 완성된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심 후보가 ‘안(철수)·심(상정)·김(동연) 공조’ 카드를 꺼내들고 두 사람이 화답하면서 제3지대가 대선 구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심 후보는 지난 24일 “양당 체제 종식 그 자체가 시대정신”이라며 제3지대 공조를 제안했다.
이에 안 후보는 “쌍특검 법안 논의와 기득권 양당제의 문제점에 화답해준 심 후보에 감사드린다”며 화답했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양당 구조를 깨는 것을 넘어 정치 기득권을 깨는 것까지 동의한다면 셋이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고 해 3자 회동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3자 회동에 앞서 실무접촉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안철수 심상정 후보와 물밑협상 중으로 일단 판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3지대 결집은 우선 기득권 양당체제 타파라는 공동의 목표를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심 후보는 거대양당 체제를 ‘좀비’라고 묘사하며 “좀비를 잡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심·김’ 결합은 일단 이들 세사람의 지지율이 5%대를 넘지 못하는 처지에 기인한다. 이재명 혹은 윤석열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하더라도 5% 이상의 지지율은 나와야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따라서 일단 제3지대 판을 넓히고 세명의 후보가 전국을 함께 돌며 정책을 홍보하거나 정권 심판 목소리를 키울 경우 ‘이재명-윤석열’에 온통 쏠린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고, 이들이 제시하는 합리적 정책이 중도층에게 어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제3지대의 판이 커지면 단일화 논의는 따라 오게 될 거라는게 이들의 계산이다.
한국 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남녀 1011명(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7.1%, 윤 후보 지지율은 38.4%로 박빙이었다. 안 후보는 5.5%, 심 후보는 3%였다.
다만 ‘안심김’ 결합은 3인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정의당 구성원들이 다른 정파 세력과 연대해 교집합을 만드는데 동의할 지도 미지수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들은 정치적, 이념적, 지향성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동질을 확인해야 주목을 받을 수가 있을 것”이라며 “총선이라든지 다른 계기에서는 연대가 가능할지 몰라도 대선이라는 복잡한 과정에선 파괴력이 클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혁 한신대 교수도 “심상정, 안철수 후보는 신선한 인물은 아니다. 김동연만이 유권자들이 보기에 좀 신선한 정도”라며 “김동연 후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양당체제를 극복할 대안을 세우면 몰라도 아마 심, 안 후보는 쉽게내 놓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3지대 공조를 두고 “지금 와서 안 후보와 심 후보가 연대한다면 거의 국공합작(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연합)이다. 어차피 깨질수 밖에 없다”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와 제3지대 후보 간 단일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심 후보가 “민주당은 가짜 진보로 넘쳐난다”라며 독자 노선을 선언했고 안 대표도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게 되거나 윤 후보 지지율이 이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5%대 안철수 카드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다자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