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타사 출시 예정 전기 픽업트럭 수두룩… “모멘텀 아닌 진짜 실력 입증해야”
전기차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리비안. [사진 제공 · 리비안]
하지만 11월 22일 완성차업체 포드가 리비안과 전기차를 공동개발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면서 리비안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6%나 빠져 107달러에 거래됐다. 포드는 2019년 리비안에 5억 달러(약 59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포드는 리비안 지분 12%를 보유 중이며, 아마존과 함께 주요 주주로 꼽힌다. 그런데 리비안이 주력으로 삼는 전기·픽업트럭이 포드가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F150 라이트닝 수요층과 겹치면서 문제가 됐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리비안에 투자하고 싶고 그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이 시점에 우리는 자사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리비안의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11월 24일(현지시각) 리비안 주가는 소폭 상승해 114.85달러에 마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세상 주식’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업계, 전기차 ETF(상장지수편드) 등에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고급 세단형 전기차를 고객에게 배송하기 시작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의 주가도 3개월 사이 90%가량 뛰었다.
2018년 LA 오토쇼에서 화려한 데뷔
리비안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RJ 스카린지(맨 앞)와 가족. [사진 제공 · 리비안]
리비안이 업계에 이름을 알린 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8년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였다. 리비안은 남성적인 견고한 디자인의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포브스’가 “이번 오토쇼의 화제는 메르세데츠 벤츠, 포르세, BMW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리비안이 만들었다”고 호평했을 정도다. 미국에선 픽업트럭과 SUV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 차종은 차체가 무겁고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 전기차 전환이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 이 미지 영역을 파고든 리비안의 틈새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이후 나스닥의 샛별이 된 현재까지 리비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토쇼를 계기로 아마존, 포드 등 굵직한 투자자를 유치했고,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옛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해 첫 생산라인을 마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돼 R1T 양산은 9월 시작됐다. 10월 말 기준 R1T 156대를 생산해 거의 다 내부 직원에게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배송은 조만간 개시된다. 또한 연말부터 R1S를 양산한다. 리비안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미국, 캐나다에서 접수된 R1T 및 R1S 예약 대수가 5만4000대라고 한다.
‘환경친화적’ 브랜드를 분명하게 지향한다는 것은 리비안이 여타 전기차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리비안의 슬로건은 ‘지구를 위한 자동차(Vehicles made for the planet)’. 리비안 홈페이지 첫 화면은 눈 덮인 거대한 산봉우리 사진에 ‘자연을 보존한다. 영원히(Preserving the natural world. Forever)’라는 문구로 꾸며져 있어, 기능이나 디자인을 내세우는 여느 자동차 회사와 사뭇 다르다. 스카린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목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 베니스비치에 마련한 첫 매장도 옛 발전소를 재생한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매장에는 전문가와 함께 하는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 나무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야외 놀이터 등이 구비됐다. 리비안은 차량 시트 등에 비건 가죽을 사용하고,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태양열 저장장치로 재생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픽업트럭도 경쟁 과열 우려
리비안 제조 공장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리비안]
앞으로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과 SUV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은 신생 브랜드 리비안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주문이 50만 대인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연말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역시 전기 픽업트럭인 GM의 GMC 허머 EV, 포드의 F-150 라이트닝도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의 브랜드 파워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최소 6만7500달러(약 8000만 원)인 R1T보다 2만 달러 이상 저렴한 4만 달러(약 4750만 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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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6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