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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 반정부 시위에 인접국 군대 파견…양안 갈등 ‘대리전’ 양상

입력 | 2021-11-28 20:34:00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에서 친(親)중국 성향의 정부를 상대로 퇴진을 요구하는 친 대만 세력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인접국들이 군대를 파견하는 등 혼란이 커진 가운데 양안(兩岸) 갈등의 ‘대리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솔로몬제도 과달카날섬에 있는 수도 호니아라의 차이나타운 지역 내 상점인 오케이마트가 시위대가 지른 불에 전소됐다. 마트 안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는데 시신이 심하게 불에 타 중국인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현지 경찰은 전했다.

중앙정부 소속 미나세 소가바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로 총리의 집과 국회의사당이 공격받고 도시 내 많은 건물이 불에 탔다. 체포된 사람도 100명이 넘는다. 스가바레 총리 요청에 따라 인접 국가인 호주와 파푸아뉴기니는 25일 평화유지군 150명을 파견해 현지 경찰과 치안 유지에 나선 상태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차이나타운 방화 등 폭력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인구 70만 명의 솔로몬제도는 수도가 있는 과달카날섬, 인구가 가장 많은 말라이타섬 등 6개의 주요 섬과 900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영연방국가다. 독일, 영국 식민시대를 거쳐 1976년 독립해 과달카날섬에 중앙정부가 들어섰지만 말라이타섬 주민들은 중앙정부가 자신들을 방치한다면서 불만을 품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2019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하자 친대만 성향의 말라이타섬은 이를 반대하며 독립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말라이타섬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25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지원받기도 했다.

CNN은 말라이타섬 주민들 1000여 명이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고, 시위가 솔로몬 제도 내에서 친중파와 친대만·서방 세력 간 대결구도로 확산됐다고 전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26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퇴진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중국과의 외교를 원치 않는 국가들이 시위대를 독려하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