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샷 맞으며 빈곤국엔 미공급, 접종률 美 59% - 英 69% - 佛 70% 아프리카 12억명중 98%이상 미접종… WP “백신 불균형에 경고” 지적 바이든 “코로나, 접종없인 종식없어… 내주 WTO서 지재권 면제 요청할것”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자국민 접종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선진국들은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백신을 풀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보고 된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30%가 되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가 백신 불평등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변이가 귀신같이 출몰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백악관도 대응을 약속하고 나섰다.
이날 WP는 “빈곤국에 백신 접종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퍼질 수 있는지 이번 사례가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28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4.1%다. 주변국 레소토는 26.7%, 에스와티니 20.5%, 보츠와나 20.0%, 짐바브웨 18.8%, 나미비아 11.6%, 모잠비크 11.0%, 말라위 3.1%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개발국인 미국의 접종 완료율은 59.1%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종주국인 영국은 68.8%다. 독일(68.2%)과 프랑스(69.6%)도 60%를 넘겼다. 전 세계의 접종 완료율은 42.7%다.
26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은 지금까지 생산된 백신의 89%를 사들였고 앞으로 공급될 물량의 71%도 확보했다. WHO와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국민의 43%가 부스터샷을 마쳤지만, 12억 인구의 아프리카 대륙에선 인구의 98% 이상이 아직 1차 접종도 하지 못했다.
남아공 의료연구협의회의 글렌다 그레이 회장은 “전 세계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이런 일은 반복해 일어날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WHO 세계보건자금조달 대사인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26일 가디언 기고에서 “의료 전문가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데 실패했고 이런 실패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12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전 세계에서 부스터샷에 쓰인 백신양이 빈곤국들의 1차 접종량보다 6배나 많다며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부스터샷은) 당장 그만둬야 할 스캔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