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여의도서 기습시위 마스크 벗고 식사-음주… 방역 위반 서울시, 참가자 전원 경찰에 고발 경찰, 집회 주최자 등 수사 착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일대에서 ‘정부여당 규탄 결의대회’를 강행했다. 이날 기습 집회로 도심에 임시검문소가 설치되고 교통 혼잡이 빚어지면서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화물연대 총파업 마지막 날인 27일 낮 12시 50분경 서울 여의도역 교차로. 전국에서 관광버스 등을 타고 상경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여의도역 일대로 모이기 시작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이날 낮 12시 반경 총궐기 집회 장소를 여의도역으로 ‘기습’ 발표하면서 약 20분 만에 조합원들이 몰려든 것이다.
각 지역본부 이름이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던 공공운수노조 집회 참가자들은 낮 12시 50분경 인도에서 갑자기 내려와 지나는 차량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여의도역 5번 출구부터 여의도공원 방면 4개 차로 400m 길이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 집회를 예상하지 못하고 여의도를 찾은 시민들은 도로가 통제되고 버스 정류장이 가로막히는 불편을 겪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도로로 내려와 가로막혔다”며 “예고라도 했으면 여의도를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경찰, 법원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강행
27일 민노총은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1만 명 규모의 불법 집회를 강행했다. 전날(26일) 서울행정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회금지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13일 서울 동대문에서 기습적으로 2만 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것과 같은 방식으로 14일 만에 집회를 진행한 것. 집회 현장에선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하철 여의도역 3번 출구 앞에서는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일부 조합원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도시락을 나눠 먹는가 하면 일부는 도로 옆 인도에서 자리를 잡고 소주를 나눠 마셨다. 집회가 끝나갈 무렵엔 이들이 마신 소주병이 길가 한쪽 구석에 3, 4병씩 그대로 놓여 있었다.
○ 반복되는 기습 집회로 불편 가중
집회는 큰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현장을 오가는 시민들은 반복되는 민노총의 기습 집회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인도 곳곳에 자리 잡은 조합원들을 이리저리 피해 지나가야 했다. 여의도역 인근 인도는 폭이 7, 8m 정도로 넓었지만 곳곳에 조합원들이 자리를 잡고 서있어 마주 오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자녀들과 함께 여의도를 찾은 직장인 박모 씨(35)는 “집회가 열리는 주변에 담배 연기가 자욱해 아이들 보고 숨을 참으라고 하고 그 주변을 얼른 빠져나왔다”고 말했다.서울경찰청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공공운수노조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 등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집회 참가자 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반복되는 불법 대규모 집회에 대해서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에 대해 즉시 출석을 요구하고 집회 주최자가 겹치는 경우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