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두환 때리며 호남 표심 잡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앞줄 왼쪽)가 28일 광주 광산구 송정 5일 시장을 방문해 “이재명”을 연호하는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최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며 광주 민심 잡기를 이어갔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역사적 사건에 대해 왜곡, 조작,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제정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한 광주·전남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에서 연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맹폭하며 민주당의 ‘텃밭’ 호남 민심 다지기를 이어갔다.
○ 李 “학살자가 천수 누려” 비판
28일 광주로 이동한 이 후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구호활동을 했던 광주 남구 양림교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 범죄,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서 반드시, 영원히 진상 규명하고 책임 배상한다는 대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거듭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학살자는 천수를 누렸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실왜곡과 망언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인권유린의 역사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역사왜곡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전쟁 범죄 및 독립운동 등의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것.
이 후보는 이날 광주 광산구 송정 5일 시장에서 거리 유세를 진행하면서도 “전두환 씨, 씨 자를 붙이기도 아까운 사람인데 얼마 전 사망해서 어제 발인을 했다”며 “하필이면 같은 날 전두환에게 총알을 맞아서 허리를 다쳐 평생 반신불수로 산 분도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이 학살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호남 일정 시작에 앞서 25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평생 통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광영 씨의 빈소를 조문했다.
그는 “독일의 나치가 학살을 범한 것에 대해서 아직도 처벌하고 있고 배상하고 있고 진상 규명을 하는 데 국가가 힘쓰고 있다”며 “희생을 모멸하고 왜곡하고 가짜뉴스로 국민을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도 했다.
이날 광주 송정 5일 시장은 입구부터 지지자 300여 명이 모였다. 전날 순천 도심에선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등장하자 몰려든 지지 인파들로 약 250m 거리를 걷는 데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 尹 겨냥 “국민 지배하는 왕이 돼선 안 돼”
이 후보는 “광주 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에서 “철학도, 역사 인식도, 준비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핵무장을 주장하고, 종전선언을 거부하며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세력이 이 나라의 미래를 맡을 수 없다”며 “정치인은 국민의 충실한 일꾼이어야지 국민을 지배하는 왕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호남 민심을 향해 바짝 엎드리기도 했다. 최근 당과 선거대책위원회의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 후보는 “앞으로 민주당에서는 ‘호남이 민주당 텃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 그런 생각을 끊어내겠다”며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당의 죽비이고 회초리”라고 했다. 이 후보는 29일 광주에서 여는 전 국민 선대위에도 5·18 관련 인사를 초청하는 등 호남 지지층 결집에 나설 예정이다.
광주=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