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아일보 DB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연공서열 타파다. 5년 전 이 부회장이 한국식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급을 타파하고 CL(Career Level)1~4로 4단계 직급 체계를 도입했다면, 이번에는 해당 직급별 승격 절차를 타파한 것이다. 이에 더해 임원 직급에서도 부사장,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해 직급 단계를 축소했다.
직급별 승격에 요구됐던 근속 연한을 폐지하고 성과에 따른 파격 승진이 가능하도록 해 젊은 인재의 등용문을 열었다. 해당 직급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와 무관하게 부장~사장급 팀장이 관할하는 승격 세션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경우 승격할 수 있다.
또 부서원들의 성과 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함과 동시에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동료) 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단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동아일보 DB
다양한 교육 기회와 사내 복지 확충 등으로 기업 문화 개선에도 나선다. 우선,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대화는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하는 한편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 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또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해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워크 프롬 애니웨어(어디서든 일한다)’ 정책도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에도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