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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임원 나온다”…이재용의 ‘뉴 삼성’ 파격 ‘인사 혁신’

입력 | 2021-11-29 11:33: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아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대대적인 ‘내부 혁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20대에 입사해 파격 승진을 할 경우 30대에 임원이 될 수도 있게 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연공서열 타파다. 5년 전 이 부회장이 한국식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직급을 타파하고 CL(Career Level)1~4로 4단계 직급 체계를 도입했다면, 이번에는 해당 직급별 승격 절차를 타파한 것이다. 이에 더해 임원 직급에서도 부사장,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해 직급 단계를 축소했다.

직급별 승격에 요구됐던 근속 연한을 폐지하고 성과에 따른 파격 승진이 가능하도록 해 젊은 인재의 등용문을 열었다. 해당 직급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와 무관하게 부장~사장급 팀장이 관할하는 승격 세션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경우 승격할 수 있다.

평가 체계에서도 기존의 할당식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하방 평가가 아닌 ‘360도 평가’를 도입했다. 기존에 평가 할당 비율에 따라 일정하게 평가가 배분된 것과 달리 이제 개별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하위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또 부서원들의 성과 창출을 지원하고 업무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부서장과 업무 진행에 대해 상시 협의하는 ‘수시 피드백’을 도입함과 동시에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피어(Peer·동료) 리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단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이 없도록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동아일보 DB

성과 위주의 직제 변경 방침과 달리 관련 정보는 부서장과 본인에게만 공개된다. 회사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매년 3월 진행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폐지하기 때문이다. 우수인력이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도 함께 도입한다.

다양한 교육 기회와 사내 복지 확충 등으로 기업 문화 개선에도 나선다. 우선,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확산을 위해 사내 공식 대화는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사내 FA(Free-Agent) 제도’를 도입해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공식 부여하는 한편 국내 및 해외법인의 젊은 우수인력을 선발해 일정기간 상호 교환근무를 실시하는 ‘STEP 제도’를 신규 도입한다.

또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해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 구축을 위해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근무존을 마련하는 등 ‘워크 프롬 애니웨어(어디서든 일한다)’ 정책도 도입한다.

이 부회장은 앞서 24일 미국 출장 귀국길에서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감을 내비친 직후 삼성전자 직제 전반의 개편에 나섰다. 2016년 6월 ‘스타트업 삼성’을 모토로 내세우며 조직문화 개편에 나선 지 5년 만이다. 근속 연한과 무관한 파격 승격 가능성과 동료 평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리더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따라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더욱 자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에도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인사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