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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근로자, 퇴직금 미지급 ‘합헌’

입력 | 2021-11-29 12:04:00


 일주일 동안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이른바 ‘초단시간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 등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4조 1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3년 일을 그만두고 학교 측을 상대로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한국마사회에서 시간제 경마직 직원으로 근무한 B씨도 2010년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 등이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내 조항 때문이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사용자는 일을 그만두는 근로자에게 돈을 주기 위해 퇴직급여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한 달을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예외로 두고 있다.

이에 A씨 등은 이 조항이 단시간근로자를 다른 이들과 차별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시간근로자 중에는 여성이 대다수이므로 이 조항은 여성근로자를 차별하는 내용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헌재는 퇴직금 제도에 관해 “사용자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이들에게 퇴직급여 지급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근무경력이 길어질수록 퇴직급여도 많아지도록 설계해 장기간 근무를 유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근거로 퇴직금 지급은 회사에 대한 근로자의 기여도를 전제로 따져야 하며, 짧게 일한 근로자를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해서 불공정하지 않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근로자의 기여도를 판별하기 위해 ‘일주일간 15시간 미만’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것 역시 타당하다고 했다.

업무실적이나 성과 등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우며, 초단시간근로자 대부분 짧게 일한 뒤 회사를 떠난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자가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관해선 근로시간 합의가 노동관계법령에 어긋나면 효력을 잃는다고 했다.

다만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초단시간근로자는 임금 수준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에서 소외돼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퇴직급여에서까지 배제하는 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키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초단시간근로자를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법이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의 노동 실태를 비교했을 때, 초단시간근로자의 비율이 무려 915%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즉, 짧게 일한다는 이유로 회사에 기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한편 헌재가 초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형성에 관한 법 조항에 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