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9일 청년층 젠더 갈등과 관련, “사실 청년세대는 남녀를 갈라 싸울 게 아니라 힘을 합쳐서 기성세대와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조선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광주 대학생과의 대화’에서 젠더 갈등 관련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하며 “왜 둥지가 이렇게 적냐, 둥지를 키우고 넓히라. 왜 우리가 둥지 안에서 서로 밀어내 죽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느냐. 이 환경을 바꾸자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회가 적다 보니까 이 적은 기회를 놓고 갈등을 하게 돼 마치 오징어 게임처럼 누군가 죽어야 내가 사니까 편을 먹기 시작한 것. 안타깝게 그게 성별 편을 먹어서 갈등하게 된 게 현재 이 슬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은 실제로 현재도 매우 심각하다”며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페미니즘에 대해선 “고쳐나가기 위한 운동도 있는 것이고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그 자체는 존중받아야 하고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렇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옳은 정책이라고 해서 모든 부분에 반드시 옳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 청년들이 할당제를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며 폐지하라고 주장하는데 실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성(性) 할당제였다”며 “여성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특정 성이 70% 이상 못 넘도록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청년 남성이 혜택을 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역할당제, 또는 연령, 성 할당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효율적으로 잘 집행되면 같은 돈도 훨씬 효율적이고, 가치가 클 수 있다”며 “젊은 20대에게 (주는) 100만원하고 나중에 성공해서 40대에게 100만원하고는 완전 다르다”고 어필했다.
이 후보는 나아가 “청년들에 대한 복지정책 얘기하면 (상대방이) 청년 환심을 사려고 퍼주기한다고 공격하면 청년들이 동의하던데 전 좀 납득 안 된다”며 “물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고통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내 표를 뺏어가려고 하는 거구나’하는 이런 불신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떤 분이 탄소감축 목표를 줄이자고 얘기한 분이 있는데 혹시 아느냐”며 “그러면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당하고 대원군이 되는 것이다. 우린 탄소 부담금 안 낼테니 마음대로 하라 하고 문 닫고 그 안에서 죽는 것”이라며 에둘러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한 수학교육과 학생이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참여 제한에 대해 질문하자 “나도 정치적 중립 때문에 엄청나게 수사를 받았다. 하다못해 밤에 자다가 내 익명 계정으로 누굴 응원하고, 누구 싫다, 이재명이 좋다고 쓰는 것도 현재 불법이다. 말이 되느냐”며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성소수자 차별 문제와 관련해선 “내가 이해하기로는 원래 있는 것이지 누가 일부러 선택한 게 아니다”라며 “성적 취향도 타고나는 대로 있는 것인데 이를 이유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냐. 이 정도가 현재의 합의 수준으로 적정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앞서 인사말을 통해선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듯 “좋은 측면은 ‘추진력 있다, 실행력 있다, 성과 있다, 언행일치’란 평가를 받는 건 좋았는데 다른 한편으로 ‘한번 결정하면 안 돌아선다. 이 때문에 두렵다, 또는 무섭다,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며 “나는 나쁜 일은 하지 않는다. 모두가 공감가는 일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철저히 준비해서, 가능한 모든 경우를 다 체크한 다음 가장 나쁜 경우가 발생해도 문제가 없고 도움이 되는, 즉 ‘플러스’ 되는 상태라고 확신하면 그때 시작한다”며 “준비는 철저하게, 그러나 결정하면 집행은 신속하게 해서 성과를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살을 기성 정치권으로 돌려 “진짜 말만 한다”며 “약속 안 지키는 것을 우습게 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선거 때 공약 다 지키면 나라 다 망한다’, 유명한 정치인이 한 말이다. 물론 우리 반대쪽에 있는 분이다. ‘선거땐 무슨 말을 못하나’ 이 역시 공식적으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모박이라고 있다”면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에둘러 거론했고 청중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나는 ‘이재명은 일은 잘 한다’란 말을 최근까지 들었다. 다른 건 못한다는 뜻일 것”이라며 “내 목표는 ‘(이재명은) 일도 잘 한다’로 바꾸는 것이었는데 최근엔 ‘일 잘 해’까지는 온 것 같다. 앞으로 ‘일도 잘 해’로 바꾸면 내가 좋은 결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력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