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모든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적했다. 대통령 선거를 99일 앞두고 야당 대표가 사실상 선거대책위원회와 당무 활동을 중단한 것이다. ‘패싱’ 논란에 휩싸인 이 대표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및 당대표직 사퇴 등 중대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에 열리는 언론사 주최 포럼에 이 대표가 불참한다고 갑작스럽게 공지했다. 이어 금일 이후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추가로 알렸다. 이에 이날 오후 예정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기념식 참석과 라디오 인터뷰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이날 오전 이 대표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는 상태다.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린 뒤 중대결심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잠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술자리 모임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에게 “다 그만두고 싶다”라며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국민의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패싱 논란과 관련해 “민망한 일”이라며 “윤석열 대선 후보한테 안 좋고, 국민들께도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되도록이면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설득도 하고, 협의도 하고 다 해야 한다”며 “당무우선권이라는 게 후보에게 주어져 있지만 (협의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당 대표실은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관측이 쏟아져 나오자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를 보내 “당 관계자 등 언론에서 보도되는 당 대표 관련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가 선대위를 그만두거나 선거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다든가 그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은 강훈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가 화날 만하다”며 “사실은 대표 패싱이라는 것은 되게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후보의 공식 일정과 관련돼 당과 후보의 상의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