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추진 이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전면등교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최근 빨라지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 “전면등교는 시기상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교사들은 교육당국이 구체적인 방역지침 없이 일선 학교들에 너무 큰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30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전면등교가 시작됐다. 비수도권은 지난 9월6일 이후 전면등교를 실시했지만 수도권 내 학교들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부분적 등교를 진행하고 전면등교 시행 전 약 3주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전면등교 시행 일주일이 됐지만 친구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던 학생들과는 달리 다수의 교사들은 대규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이 모두 등교하면서 교실 내 밀집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교사 1명이 수십명의 학생들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방역수칙 준수 등 생활지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학생 중 확진자가 나오면 그 학년 전체를 하교 조치하면서 밀접 접촉자를 파악해 진단검사를 받게 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정신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교사들도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바로 학교에 다시 나와야 해서 더 정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요즘 하루에 3000~4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급하게 전면등교 욕심을 낸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올해 중 남은 한 달 정도는 조금 더 정비하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내년부터 전면등교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비상계획이 발동될 때도 등교 수업을 고집한다는 방침을 보면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들과 제대로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책임을 일선 학교들에 떠넘긴 채 ‘전면등교’라는 타이틀만 중요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의 중학교 교사 B씨도 “계속해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생들 생활지도와 급식지도를 밀도 있게 하고 있지만 전면등교는 시기상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감염 우려는 있지만 그동안의 학업 공백기를 감안해 등교 후 대면수업을 하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2학년 교사 C씨는 “한산했던 등굣길과 점심시간 급식실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전면등교가 실감이 나는데 학교가 정상화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며 “특히 시험을 앞두고 대면수업을 하니 학생들도 학습 내용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아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C씨는 “방역수칙은 이전보다 지켜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고 교실 내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학생 간 접촉이 빈번해졌지만 전면등교의 장점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의 성장과 교육을 위해서는 전면등교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의견도 긍정과 부정적인 입장으로 엇갈렸다.
중학생 D군은 “시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에 직접 나와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다른 중학생들은 “확진자가 너무 많아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는데 내가 확진돼 주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학교에 금방 소문이 퍼진다고 해서 등교할 때 조금 걱정이 된다” 등의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