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은 30일 최근 패싱 논란에 휩싸인 이준석 당대표가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하자 “당 대표 없이는 대선이 망한다”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특히 후보와 일부 선대위 인사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5선인 홍준표 의원은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 질의응답 코너인 ‘청문홍답’에서 ‘이준석 대표가 금일 일정을 취소하고 고심에 들어갔다고 한다’는 등의 질문을 받고 “당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당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이 돼 대선을 치뤄야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설쳐서 대선캠프가 잡탕이 됐다”며 “벌써 자리싸움이나 하니 참 한심하다”고 말했다.
또 “밀려난 중진들이 대선보다 자기 살길 찾기에 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평소 5~6글자 이내 단문 댓글을 다는 것과 달리 이 대표 관련 글에는 댓글을 두 세번이나 단 것으로 볼 때 사태가 심각하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5선인 조경태 의원은 “정권교체는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며 “또다시 정권이 저들에게 넘어간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우리 모두 겸손한 마음으로 한 마음이 돼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선인 김태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거냐”며 “누구든 말을 삼가고 자중하길 바란다”고 당 일부 인사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어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며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선 안 된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한시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3선인 하태경 의원도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윤 후보와 우리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확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 필승 공식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청년의 압도적 지지 없이 우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최근 이준석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당의 정치혁신과 청년정치를 상징하는 이 대표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선인 김태흠 의원도 이날 성명서에서 “정녕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잊었느냐”며 “대선후보, 당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시냐”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당신들만의 당이 아니다”며 “정권교체는 여러분들만의 소망이 아니다. 당원들과 대다수 국민들의 여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들의 지금 언행은 사욕만 가득하고 전략과 시대정신 부재인 무능의 극치”라며 “정권교체라는 대의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동안 민주당의 독선과 독주로 인한 폐해와 수모와 무력감을 벌써 잊었느냐”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제발 정신들 차리라”며 “선거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께 다가가자. 이견이 있다면 자신의 사욕, 자존심을 다 버리고 선대위에서 녹여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패싱 논란으로 시끄럽다. 김병준 상임위원장 기자회견부터 청년위원회 설치, 충청 2박3일 일정, 이수정 경기대 교수 선대위 영입 등 당대표가 패싱되는 일이 이어지면서 후보와 당대표 사이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바 있다. 약 50분 후에는 ‘^_^p’라는 이모티콘을 짧게 올렸다. p는 엄지를 거꾸로 내린 모양으로 보인다.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지만 불편한 심기를 연이어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모습을 감췄다. 이 대표는 당초 이날 오전 9시 한 언론사 주최 포럼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오전 7시55분께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했다.
[서울=뉴시스]